인텔이 20여년전 200억달러(약 27조7000억원)에 엔비디아를 인수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사회 반대로 이는 무산됐다. 현재 엔비디아 시가 총액은 당시 150배가 넘는 3조달러(약 4160조원)를 돌파했다.
뉴욕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인텔 이사회에 관계있는 인물들을 인용, 이런 사실을 보도했다.
기사의 제목은 '인텔이 AI 칩 붐에서 뒤처진 이유'다. 이에 따르면 폴 오텔리니 전 인텔 CEO는 2005년 이사회에 엔비디아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제안했다. 당시 일부 인텔 임원도 엔비디아의 GPU가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장차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파악했다.
이 당시 엔비디아는 시장에서 '틈새시장' 플레이어로 여겨졌다. GPU는 주로 컴퓨터 게이머용으로 사용됐고, 석유 및 가스 탐사와 같은 대량의 계산이 필요한 분야에 일부 적용된 정도다.
인텔의 CPU는 계산을 연이어 빠르게 실행하는 데 뛰어나지만, 엔비디아 GPU는 계산 작업을 수백, 수천개로 분산하는 병렬 작업에 뛰어나다. GPU는 몇년 뒤 인공지능(AI)의 부각으로 크게 각광받았다.
하지만 당시 신생 회사에 불과했던 엔비디아를 거금 20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안에 대해 이사회는 강한 반대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거래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대신 인텔은 GPU를 대신할 내부 프로젝트 '라라비(Larrabee)'를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 CEO인 팻 겔싱어가 이끌었으며, 일부 기술은 다른 부분에 적용됐지만 프로젝트는 결국 폐기됐다.
당시 이사회에 참가했던 한 사람은 이를 "운명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이사회에 맞서 엔비디아 인수를 주장했던 오텔리니 CEO는 해임됐다.
이후 인텔은 2016년 너바나 시스템즈와 모비디우스, 2019년 하바나 랩스 등을 포함한 AI 분야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에 비교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여기에 지난 8월에는 오픈AI를 인수할 기회도 날렸다는 이야기도 등장했다. 로이터는 인텔이 2017~2018년 오픈AI와 현금 10억달러에 지분 15%를 인수하는 안을 논의했으나, 당시 인텔 CEO인 밥 스완이 결정에 따라 거래가 무산됐다고 전했다.
인텔은 최근 AI 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실적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또 최근에는 퀄컴이 대선 이후 인수를 제안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겔싱어 CEO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AI 경쟁에서 엔비디아는 훨씬 앞서 있다"라며 "우리는 당장은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20명 이상의 전 인텔 관리자, 이사회 이사 및 업계 분석가의 말을 통해 인텔에서는 놓친 기회와 엉뚱한 결정, 형편없는 실행 등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의 성공과 높은 수익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단세포 유기체', 즉 유아독존식의 기업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또 AI 칩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시도가 반복적으로 실패하며, 새로운 투자는 회사 돈벌이의 주축인 x86 아키텍처를 보호하고 확장하는 데 밀려났다고 전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