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텔)
(사진=인텔)

미국 정부와 의원들이 인텔의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 구제 방안을 조용히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마포는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현재 논의 중인 구제 안이 2024년 말까지 인텔에 최소 85억달러(약 12조원)를 지원하는 칩(CHIPS) 법의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의원들은 인텔이 파산할 경우를 대비한 예방적 논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텔은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강력한 전망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워싱턴이 인텔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며, 이는 미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AMD와 엔비디아도 모두 미국 기업이지만, 인텔은 칩을 설계하고 제조까지 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인텔 대변인은 “인텔은 최첨단 칩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이며, 미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만약 인텔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첨단 칩 생산을 위해 TSMC와 삼성에 의존해야 한다. 이들 두 회사는 이미 미국 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만 전체 생산량의 일부만 제공한다. 게다가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회와 백악관이 인텔의 실패를 원치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주요 수출업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2023년 수출 수익만 해도 400억달러(약 55조원)를 넘었으며, 국방부의 시큐어 인클레이브(Secure Enclave) 프로그램과 협력해 군을 위한 첨단 칩을 제작하고 있어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인텔은 주요 고용주이기도 하다. 1만6000명 이상을 해고하는 과정에 있지만 여전히 12만명 이상의 직원이 급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은 2008년 크라이슬러와 제너럴 모터스(GM)에 제공한 방식의 일시적 구제금 지급은 피하고 있다. 대신 민간 부문 합병을 장려하는 것으로 알려 졌다.

예를 들어, AMD나 마벨과 같은 인텔의 경쟁사와 합병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ARM과 퀄컴이 인텔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하려는 의향이 있다는 소문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인텔의 분할은 실효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관계자들은 어떤 경우든 인텔이 연방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의 18A 칩은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아마존을 비롯한 두개의 기업이 차세대 반도체에 인텔 기술을 사용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인텔은 스스로 회복하고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미국 정부가 백업 플랜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