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일론 머스크 CEO의 소송에 반격하기 위해 회사 설립 초기에 주고받았던 이메일과 문사 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오픈AI가 비영리 사명을 포기했다는 머스크 CEO의 주장과는 달리, 그가 먼저 영리기업 설립을 제안했으며 나아가 회사를 장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떠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픈AI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일론 머스크는 영리적 오픈AI를 원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여기에는 오픈AI 설립 직후인 2015년 11월부터 머스크 CEO가 회사 이사회 공동의장직을 떠난 2018년까지 샘 알트먼 CEO과 그렉 브록먼 사장, 일리야 수츠케버 최고과학자 등 경영진과 주고받은 메일과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오픈AI 설립 전부터 비영리 구조로 시작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알트먼 CEO 등의 주장으로 결국 2015년 12월 비영리 단체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픈AI는 1년쯤 지난 2017년 초 인공일반지능(AGI) 달성을 위해서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해 여름에는 영리 부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머스크 CEO는 자신이 오픈AI의 CEO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2017년 9월에는 '오픈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라는 영리 기업(공익 기업)을 설립하고, 오픈AI가 여기에 합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픈AI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일론에게 오픈AI와 그 기술에 대한 일방적인 통제권을 주는 것은 사명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수츠케버 수석은 머스크 CEO는 물론 알트먼 CEO에게도 "왜 CEO 자리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이 부분은 소송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수츠케버 수석에게 "혼자서 무언가를 하든 비영리 단체로서 오픈AI를 계속하든 당신이 있는 한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니면 나는 무료로 자금을 제공하는 바보가 될 뿐"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몇개월 뒤에는 "오픈AI가 성공하려면 테슬라와 합병하는 길밖에 없다"라고도 말했다.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8년 2월에는 오픈AI의 이사회를 떠났다.
2018년 말에는 알트먼 CEO가 자금 조달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도 뿌리쳤다. "현재 오픈AI가 구글 딥마인드를 따라잡을 확률은 0%"라며 "연간 수억달러가 아닌 수십억달러를 모으던지, 아니면 사업을 포기하라"라고 전했다. 그리고 결국 4년 뒤인 지난해 3월에는 오픈AI를 잡겠다며 xAI를 설립했다.
이번에 오픈AI가 공개한 내용은 지난달 머스크 CEO가 소송을 확대하며 알려진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다만, 당시에는 오픈AI 설립 초기의 내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이번 오픈AI가 공개한 내용은 머스크 CEO가 소송에서 주장하는 점과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목적이다.
머스크 CEO는 오픈AI가 인류를 위한 AGI를 개발한다는 사명으로 자신에게 초기 자금을 받아냈지만, 이후 영리를 추구하고 사명을 저버렸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메일에 드러난 내용은 머스크 CEO가 먼저 영리기업 설립을 주장했으며, 특히 CEO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자 오픈AI를 떠났으며, 이후에도 악담을 퍼부었다는 내용이다.
물론 오픈AI가 공개한 메일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을 아니며, 이외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메일 내용만 따지면, 오픈AI의 말대로 머스크 CEO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단지 오픈AI를 괴롭히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오픈AI는 "AGI를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는 일론의 업적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으며 오픈AI에 대한 초기 기여에 감사하지만, 그는 법정이 아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 측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