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기도)
(사진=경기도)

국내가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K팝과 영화 등 콘텐츠 산업은 2022년 기준 151조원의 매출액과 132억달러(약 19조 256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이차전지나 전기차보다 높은 수치로 화제가 됐다.

2023년 상반기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53억 9000만달러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헬스, 컴퓨터 분야와 함께 3대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을 콘텐츠 제작에 본격 도입한 첫 해로 볼 수 있다. 과연 내년에는 AI가 K-콘텐츠 붐에 힘을 더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징후는 다분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의 'AI 영화제'가 이런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사례다.

처음에는 창원국제민주영화제 AI 부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AI 부문 등 전체 영화제의 '일부'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제1회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 등 단독 행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는 런웨이나 오픈AI 등 AI 기업이 행사를 주도하는 양상이라면, 국내에서는 관이나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행사 빈도는 해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편이다.

웹툰도 생성 AI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다. 일부에서는 작가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한다며 강하게 반발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작업에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단지 이를 공개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오노마AI, 크림, 슈퍼엔진 등이 '창작 어시스턴트'로서의 AI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다. 오노마AI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잘 알려진 이현세 작가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슈퍼엔진은 올해 초 일본 만화가들의 신년 행사에 초청, 호평 받은 바 있다.

해외 팬덤이 압도적인 K팝에서도 AI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교구 수퍼톤 대표 타임지 발표 인공지능(AI) 100인 리스트에 오른 사실이다. 수퍼톤은 하이브의 자회사로, AI 음성 복제로 고 김광석의 목소리를 부활시켰고, 가수 이현이 6개 언어로 새로운 노래를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국내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K-팝이라는 점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기획사들도 공격적으로 AI 도입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같은 이유로 해외 매체들이 꼽는 국내 대표 AI 기업에는 펄스나인이 자주 포함된다. AI 아이돌 이터니티는 올해도 국내외 행사에 쉴틈없이 불려 다녔다.

음악 제작의 생성 AI 이용률도 증가하고 있다. AI 음악 창작 전문 포자랩스에 따르면, 가이드보컬 등에서 생성 AI 도구 사용이 늘었다. 상업용 음악에 생성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당장 어렵겠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다.

영상도 예외는 아니다. 와포는 자체 개발한 AI 영상 제작 도구 '스노피'로 애니메이션 ‘홍진이네 식당’을 제작해 눈길을 모았다. 또 띵스플로우는 자체 플랫폼과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AI 기반' 숏폼 드라마 콘텐츠를 공개한 바 있다.

AI 생성 영상이 TV 광고에 등장하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LG유플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생성 AI 웹툰 '인생큐레이터' 
생성 AI 웹툰 '인생큐레이터' 

콘텐츠 제작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AI 도구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발전으로 '콘텐츠 제작과 배포'의 장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더 빠르게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지가 경쟁 포인트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송민 오노마AI 대표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멀티모달 AI가 발전하며 콘텐츠 혁신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AI의 다국어 및 현지화 지원 등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와 솔루션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생성 AI 콘텐츠는 아직 초기로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또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작품이 등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라면 실무자들의 작업을 돕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생성 AI가 그동안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콘텐츠 제작의 벽을 허물고, 나아가 또 다른 K-콘텐츠 붐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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