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학교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인덱스'는 국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23년까지 전 세계의 AI 동향을 정리하며 '주목할 만한 모델(notable model)' 109개를 발표했는데, 국내 모델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버X', LG AI연구원의 '엑사원' 등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발표한 바 있으나, 기술 보고서나 연구논문을 발표하지 않아 발생한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이 문제로 연일 국내 AI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내 AI 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이퍼클로바의 경우는 인용도 100에 가까운 논문이 있다"라며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 국내 주요 업체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는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였다. 물론 파운데이션 모델은 엄청난 비용이 들며, 현재는 수익과 연결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밝힌 대로 국내 GPU 보유량이 2000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내의 현실을 대변한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 몇년 전부터 AI 선두 주자를 자처했던 기업들에 시선이 집중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생성 AI 도입을 전격 선언했으나, B2B 수익 사업에 집중했다. 그동안 국내 챗봇 시장은 '챗GPT'가 점령했다.
그러자 올해 하반기가 되서야 생성 AI 검색과 챗봇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이버는 8월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출시 1년 만에 이미지 및 음성 처리가 가능한 대형멀티모달모델(LMM)로 업그레이드했다. 11월에는 ‘단 24’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네이버의 전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발표했다.
집안 문제로 시끌했던 카카오는 더 심했다. 카카오의 모델이 '코GPT'라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에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바꾸고 지난 10월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카나나' 모델 라인업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대형언어모델(LLM) 3종과 멀티모달모델(MLLM) 3종, 이미지 및 동영상 생성 모델 2종과 음성 모델 2종 등 모두 10개의 모델이 포함됐다.
올해 국내 AI 업계의 자존심을 살린 곳은 LG AI연구원이다. 자체 모델 '엑사원(Exaone)'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더니, 12월 오픈 소스로 출시한 '엑사원 3.5'은 허깅페이스 오픈 소스 리더보드 엣지 부문 1위까지 차지했다.
사실 지난해부터 국내 AI 모델 개발을 주도한 곳은 대기업이 아닌 ML 옵스 전문 스타트업이나 중견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오픈 소스 모델을 미세조정,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는 기술 전문이라기보다 서비스 기업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AI 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들려오는 정부의 'AI 3대 강국' 슬로건은 현실과 큰 괴리를 보여 줬다.
과연 이들의 노력이 챗GPT를 넘어설 수 있을지, 나아가 AI로 확대되는 검색이나 서비스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지 2025년에 큰 관심이 모인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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