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는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딥시크로 인해 주가 폭락을 기록한 데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일부 철회하는 등 AI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석가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 어느 때보다 정밀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내놓은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매출은 시장 기대치인 393억3000만달러를 넘어서는 380억5000만달러(약 54조7500억원)로 추정, 전년 동기 대비 78%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또 2024년 전체 회계연도 매출은 114% 증가한 1305억달러(약 187조79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분기별 성장률은 조금씩 둔화하는 추세지만, 이는 지난해말부터 이미 엔디비아 칩 수요가 폭발적이라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젠슨 황 CEO의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실렸습니다. 특히 그는 엔비디아의 주가를 떨어뜨린 '딥시크-R1'을 '지원군'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는 R1을 "뛰어난 혁신"이라고 극찬하며 "R1과 다른 추론 모델은 더 많은 컴퓨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엔비디아에는 좋은 소식"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추론 모델은 사전 훈련보다 100배 더 많은 컴퓨팅을 소모할 수 있으며, 미래의 추론 모델은 훨씬 더 많은 컴퓨팅을 소모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딥시크는 세계적 수준의 추론 AI 모델을 오픈 소스화, 거의 모든 AI 개발자가 이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얼마 전 황 CEO가 팟캐스트에서 밝혔던 내용이나 엔비디아가 별도로 설명했던 것과 같습니다. AI는 사전 훈련보다 사후 훈련에 30배, 추론에 100배 더 많은 컴퓨팅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R1과 같이 컴퓨팅이 많이 필요한 모델을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게 됐으니, 결국 GPU 수요는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황 CEO는 블랙웰 칩이 추론을 위해 맞춤 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라고 말했습니다.
딥시크로 인해 GPU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을 것은 이미 예고된 바 있습니다. 주요 빅테크들이 모두 GPU 지출을 앞으로 더 늘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사실 엔비디아의 매출 90%는 이들 클라우드 및 AI 업체에서 나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매출은 2024년에 거의 두배로 늘어나 115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전 분기 대비 16% 증가했습니다.
결국 이날 실적 발표에서는 지난달 주가 폭락이 시장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반대로 딥시크가 엔비디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말했잖아, 딥시크는 GPU 판매에 도움이 될 거라고"라는 황 CEO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한편,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 울트라'를 다음 달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황 CEO는 3월18일에 열릴 GTC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울트라와 베라 루빈(Vera Rubin)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다음에는 원 클릭(One Click)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베라는 새로운 CPU이며, 이를 GPU와 결합한 슈퍼 칩이 베라 루빈입니다. 원 클릭은 GPU를 중심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플랫폼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블랙웰 울트라는 2026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며, 블랙웰과 동일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사용하지만 새로운 네트워킹과 메모리, 프로세서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26일 주요 뉴스입니다.
■ 딥시크, 저비용 고효율 'MoE 엔지니어링' 핵심 기술 오픈 소스 공개
딥시크가 V3와 R1 모델의 혁신을 이뤄낸 핵심 엔지니어링 기술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주 예고한 대로입니다. 오픈 소스에 대한 진지함은 최고라고 평할 수 있습니다.
■ 앤트로픽 "새로운 클로드 모델 개발에 수천만달러밖에 안 들어가"
앤트로픽이 새로운 모델 개발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적은 비용으로도 첨단급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GPU 20만장을 투입해 '그록-3'를 출시하고도 구설에 시달리는 일론 머스크가 무안해질 내용입니다.
■ 퀀텀 머신즈, 2400억 투자 유치..."전 세계 양자 컴퓨팅 기업 절반에 기술 제공"
전 세계 양자 관련 회사와 연구소 절반에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는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양자 컴퓨팅 분위기가 후끈합니다.
AI타임스 new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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