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기술 기업을 무더기로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과 첨단 컴퓨팅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단행한 첫 조치로, 특히 비영리 AI 연구 기관도 포함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50개 이상 중국 기술 업체들을 대거 수출통제 기업,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도입한 중국 기술기업 블랙리스트는 미국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중국 기업과 거래를 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 기술이 중국 군용 슈퍼컴퓨터 개발에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포함된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공급업체이자 미국 칩 제조업체의 주요 고객인 인스퍼 그룹의 자회사다. 중국군을 위한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에 기여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의 비영리 AI 연구 기관인 베이징 인공지능아카데미(BAAI)이 포함된 것은 의외라는 평이다. BAAI는 산업계과 학계를 모으기 위해 2018년 설립된 대표적인 비영리 AI 연구 기관으로, 정기적으로 오픈 소스 AI 모델을 공개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연례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곳이다.
BAAI는 AI 관련 기관으로서는 지난 1월 바이든 전 행정부가 중국 AI 스타트업 지푸 AI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이후 두번째로 제재를 받았다.
BAAI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AI는 전기나 다른 주요 기술처럼 인류가 공유하는 자원"이라며 "미국의 결정은 과학적 혁신과 세계 협력의 정신에 반하며, AI 연구 개발의 개방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라고 비난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