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 (사진=엔비디아)
H20 (사진=엔비디아)

미국의 수출 제재 강화 조짐에 따라 중국의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사재기에 나섰다. 지난 3개월간 주문량이 전년도 전체 주문량에 달했다.

디 인포메이션은 2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올해 1분기 중국 전용 AI 칩 'H20'에 대한 주문을 160억달러(약 24조원)나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지난 회계연도 중국 매출 170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할 경우, 엔비디아는 칩을 중국에 공급할 수 없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GPU로, 앞서 출시된 'H100'과 'H800'이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에 의해 차례로 판매가 중단되며 저사양 대안으로 등장한 제품이다.

특히 딥시크 등이 H20을 활용해 성과를 내자,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들이 대규모 주문을 넣었다.

TSMC의 반도체 생산 용량 부족 문제이 문제다. TSMC는 현재 H20의 대량 생산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 라인 증설이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데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며, 배송 역시 올해 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엔비디아가 생산 라인을 예약한 뒤 수출 금지 조치가 시행될 경우, 중국 외 지역에서 새로운 구매자를 찾아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H20의 성능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 ‘블랙웰(Blackwell)’보다 15배나 느리며, 중국 외 시장에서는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칫 엔비디아는 대량의 재고를 떠안고 가격을 낮춰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

엔비디아의 미수금도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 말 기준 230억달러(약 37조원)로 1년 새 2.3배 증가했다.

매출보다 미수금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일부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 매출을 회계 장부에 반영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구매자들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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