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간에 중국 반도체 수출을 둘러싼 일종의 ‘빅딜’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황 CEO가 미국 내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출용 AI 칩 ‘H20’에 대한 추가 규제 조치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9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엔비디아의 H20 칩을 대중국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키려던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이번 주 중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H20이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H20 칩에 대한 수출 제한을 철회한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미국 내 투자 약속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지난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만찬을 함께했고, 이 자리에서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투자 규모나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H20 칩은 미국이 2023년 10월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자,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저사양 AI 칩이다. 최신 제품인 블랙웰 시리즈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최첨단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자체 저비용·고성능 모델 R1 개발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확대를 우려해 올해 1~3월 동안 16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H20 칩을 선주문한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H20의 중국 수출 금지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딥시크 R1 모델의 성공 이후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H20을 포함한 저사양 AI 칩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정치와 산업 간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징적 거래”라며, 향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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