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지능(AI) 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삽도 뜨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 

수조 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약속했던 모든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 과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전라남도가 역점 추진 중인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가시적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미국을 순방 중인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호텔에서 퍼힐스(FIR HILLS),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주), 해남군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AI타임스DB)
전라남도가 역점 추진 중인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가시적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미국을 순방 중인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호텔에서 퍼힐스(FIR HILLS),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주), 해남군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AI타임스DB)

지난 2월, 전남도는 미국의 한 투자회사(퍼힐스)와 손잡고 해남에 있는 '솔라시도'라는 지역에 인공지능 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2030년까지 총 15조 원을 들여 AI 컴퓨터 센터, 데이터 저장소, 전기 저장 장치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이곳이 완성되면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큰 세계 최대 규모의 AI 도시가 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땅' 문제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도시를 짓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다.

그런데 땅을 파는 회사는 비싸게 팔려고 하고, 사려는 투자회사는 싸게 사고 싶어한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협상이 멈춰버렸다.

게다가 당장 쓸 수 있는 땅은 절반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평탄하게 고르고 닦아야 해서 시간과 돈이 더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전남도와 약속한 퍼힐스라는 회사가 정말 15조 원을 투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직 어디서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자세히 밝히지 않았고, 이 회사 대표가 예전에 실패한 사업도 있어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처음 약속할 때 "6개월 안에 진짜 계약을 하자"고 했는데, 이제 그 마감 시간이 8월로 다가왔다. 그때까지 준비가 안 되면 이번 계획은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은 벌써 시작했다

울산은 전남보다 먼저, 7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대통령까지 와서 착공식도 열었다. 전남이 느릿느릿하다 보면 좋은 기회를 다른 지역에 다 빼앗길 수 있다.

전남도가 지금 꼭 해야 할 일들은 '땅 문제부터 해결하기'다. 전남도와 땅 주인, 투자회사 모두 모여서 '중재팀'을 만들고 공정하게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또 '정확한 투자 계획 보여주기'다. 퍼힐스는 어디에서 돈을 가져올지, 어떤 회사와 함께할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 다음 '정부의 지원 끌어오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 사업을 공약한 만큼, 국정과제로 정해지고 정부 예산도 받게 된다면 더 빨리 추진될 수 있다.

그리고 '속도 올리기'다. 사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매주 점검하면서 뒤처지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아직 희망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지역에 AI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어서, 만약 정부가 이 계획을 공식적인 국가 사업으로 정하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도 더 안심하고 돈을 내고, 땅 문제도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전남이 꿈꾸는 AI 슈퍼도시는 정말 대단한 계획이다. 하지만 꿈만 꾸고 준비가 느리면, 다른 도시들이 앞서 나가버린다. 

지금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적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때다. 그래야 전남도 대한민국의 미래 기술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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