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도시들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인구가 줄고, 산업은 쇠퇴하며, 청년들은 수도권과 해외로 떠나고 있다. 이런 삼중고 속에서 전남이 살아남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Deloitte의 최신 보고서 "AI + DPI: 디지털 공공 인프라의 다음 프론티어, 인공지능"의 주요 내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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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책 전문가들은 "그 핵심이 바로 '플랫폼 도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산업을 바꾸거나 도로를 깔고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일, 문화와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남의 행정과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도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제안한다.

왜 전남의 정책은 효과가 없었나? 전남의 행정과 정치에는 몇 가지 뿌리 깊은 한계가 있다. 

▲단기적이고 전시성 정책: 청년 지원금, 창업공간 마련 등 좋은 취지의 정책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고 보여주기식으로 끝난다.

▲함께 만드는 구조의 부재: 정책을 결정할 때 청년이나 주민이 참여하기보다는 위에서 정한 계획을 일방적으로 시행한다.

▲낡은 산업 의존: 여전히 농업·어업 같은 전통 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구조의 문제: 선거를 의식한 단기적인 사고에 머물고 있고, 실질적인 권한도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어 지방의 자율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정책을 쏟아내도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제는 방향과 방식을 바꿔야 한다.

플랫폼 도시로 가기 위한 다섯 가지 해법

전문가들은 앞서 살펴본 문제를 극복하고 전남을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①미래 산업으로 경제를 키울 것 → 지금의 조선·석유화학·농업만으로는 더 이상 청년을 붙잡을 수 없다. AI,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팜, 탄소중립 기술 같은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 지자체가 힘을 합쳐 작더라도 특화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 청년들이 다시 모여들 수 있다.

②살기 좋은 환경으로 삶의 질을 높일 것 → 일자리가 있어도 불편하면 사람들은 떠난다. 주거, 교육, 돌봄, 문화시설 등 정주 인프라를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

청년 1인 가구와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공유 오피스, 커뮤니티 공간 등을 늘려야 한다. '머물고 싶은 분위기'가 중요하다.

③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주는 행정 → 전남에는 그럴듯한 계획은 많지만, 실행과 성과가 부족했다. 정책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데서 의미가 있다.

전담 조직을 만들고 민관이 협력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④디지털 인프라로 스마트하게 연결할 것 → 원격교육, 원격진료, 재택근무, 디지털 농업 등 비대면 기반의 생활과 일은 오히려 지방에 더 잘 맞는다. AI와 디지털 기술 기반의 인프라를 만들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⑤문화와 공동체로 사람의 마음을 붙잡자 →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기술과 인프라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이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청년창업 공간,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발굴해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키워야 한다. 청년들이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서 제시한 "다섯 가지 과제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전남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남도와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2024년에 추진한 'metaversr 선도 프로젝트' 구상도
전남도와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2024년에 추진한 'metaversr 선도 프로젝트' 구상도

우선, 경제와 산업 구조가 바뀐다. AI, 그린에너지, 디지털 헬스케어 등과 같은 첨단 기술 기반의 산업 클러스터가 생겨나면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고급 일자리와 창업 기회가 늘어난다.

더 이상 수도권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살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다.

임대주택, 공유 오피스, 돌봄 시설, 문화 공간 등 청년과 가족을 위한 생활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머물고 싶은 도시로 바뀐다. 단순히 일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이 된다.

행정의 방식도 달라진다. 청년과 주민이 함께 참여해 정책을 만들어가고, 중앙정부와 협력하며 성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체계가 마련되면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이 커진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된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인프라가 깔리면, 지방에서도 원격 교육과 진료, 재택근무, 디지털 농업 등 비대면 생활과 일이 가능해진다. 수도권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한 지역'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효과를 수치로만 평가하지 않고 실제 성과를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생기면, 더 똑똑하게 자원을 쓰고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산업과 일자리, 삶의 질, 행정의 방식, 디지털 경쟁력까지 달라진다면, 전남은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청년이 돌아오고 머무르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플랫폼 도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다. 전남의 청년 정책은 아직도 청년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수단'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제는 청년들이 스스로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이 남는 도시가 미래가 있는 도시다. 그것은 단순히 인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전남의 생존과 미래를 걸고 선택해야 할 과제다.

플랫폼 도시로의 전환이 바로 그 시작이다. 전남의 선택과 실행에 달려 있다. "청년이 머물고 싶은 전남, 머물 이유가 있는 전남, 그것이 전남의 미래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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