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살 수는 있겠지만, 굳이 머물 이유가 없어요." 전남의 지방 도시들을 떠나는 청년들의 말이다. 지방 소멸 위기와 맞물려 전남의 순천, 목포, 여수, 해남, 곡성 등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6월 30일 '2024년 청년정책 추진실적 평가' 3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을 축하하며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광역시)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6월 30일 '2024년 청년정책 추진실적 평가' 3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을 축하하며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광역시)

일자리가 없고, 살기 불편하며, 가능성조차 찾기 어려운 도시를 청년들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는다. 전남이 미래를 지키려면, 이제는 청년이 스스로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 경제, 교육, 문화 전반을 바꾸는 다섯 가지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도시답게 살 수 있는 생활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이다. 일자리가 있어도 병원, 문화공간, 교육시설이 없고 교통이 불편하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첫 번째 과제는 도시다운 생활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수도권과 연결되는 광역 교통망을 강화해 접근성을 높이고, 공연장과 문화복합공간, 대학병원, 질 높은 학교들을 집중 유치해야 한다.

또한 청년과 가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을형 커뮤니티 공간과 공유오피스를 만들어야 한다.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아니라, 살고 싶은 이유가 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청년이 주인인 정책

지금까지의 청년 정책은 대부분 '위에서 만들어 내려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청년이 직접 참여해 기획하고, 실행하며, 평가까지 하는 주도적 정책 구조가 필요하다.

청년이 마을기업을 만들고, 로컬 미디어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청년을 단순히 지원 대상이 아닌, 지역을 함께 만드는 동반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청년이 직접 만든 정책은 실패해도 더 큰 가능성을 남긴다.

"공부한 게 지역에서 쓸모가 없어요." 많은 청년들이 전남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해 수도권으로 떠난다. 이를 바꾸려면 교육과 커리어를 잇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협력해 현장 연계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 IT·바이오·문화콘텐츠 등 미래형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역에서도 배우고,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조선, 석유화학,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더 이상 청년을 붙잡기 어렵다.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에너지 전환, 수소, 스마트팜, 생태관광 같은 산업을 육성하고, 청년 창업도 단순한 지원금이 아닌 실제 수익과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작은 규모라도 AI, 디지털 헬스케어, 친환경 기술 등을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청년이 일할 산업이 있어야 도시의 미래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그 지역만의 색깔이다.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도, 살고 싶은 이유가 없으면 떠난다.

유휴 공간을 활용해 청년 창업·창작 공간을 만들고,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발굴해 애착과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 청년이 '이곳만의 분위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

광주 청년정책 길라잡이
광주 청년정책 길라잡이

전남, 마지막 기회…"머물 이유를 만들자"

전남이 지금처럼 청년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데만 머문다면 쇠퇴는 막을 수 없다. 이제는 청년이 머물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경제는 미래형으로 재편하고, 삶의 질은 도시답게 끌어올리며, 정책에는 청년이 주인으로 참여해야 한다. 공부와 일이 이어지고, 문화와 공동체가 살아 있는 전남이라면 청년들은 떠나지 않는다.

청년이 남는 도시가 미래가 있는 도시다. 전남의 미래는 그 선택과 실행에 달려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시간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