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권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과 임산부 사망률이 전국 최악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공의료서비스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병원 접근성의 한계와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닥터앤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닥터앤서'

이는 더 이상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미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AI(인공지능), 의료 취약지의 '새로운 동료'

AI는 의료서비스에서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조기 진단과 예측. 둘째, 원격 모니터링과 의사결정 지원. 셋째, 이송 및 자원 배분 최적화다.

이러한 역할은 특히 외상 및 모자보건처럼 "골든타임"이 중요한 분야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고위험 임신부를 조기 선별하고, 위급 상황을 예측해 가장 가까운 의료자원을 안내하거나, 외상환자 발생 시 신속한 이송 경로와 적절한 의료기관을 매칭하는 데 AI가 활용된다.

국내외 실제 사례, 한국 - 강원도 & 전라북도 '닥터앤서'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닥터앤서'라는 AI 기반 진단지원시스템을 도입해, 강원도·전북 등의 의료 취약지 병원에서 뇌출혈, 심근경색, 고위험 산모 등을 조기 진단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아 심장 초음파를 AI가 분석해 선천성 심장질환 가능성을 조기에 알려주거나, 외상 CT에서 출혈 부위를 자동으로 탐지해준다.

영국 - NHS의 AI 트리아지 →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코로나19 이후 AI 기반 '111' 전화 및 앱을 도입해 증상에 따라 응급도와 이송병원을 결정한다. 

또한 고위험 임산부의 혈압·혈당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위험을 예측하는 AI 시스템도 도입했다.

미국 - 캘리포니아의 EMS AI → 캘리포니아주 일부 카운티에서는 AI가 911에 접수된 외상환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 경로를 안내하고 병원 준비상태까지 연결한다. 이를 통해 이송 시간이 평균 15% 줄었다.

인도 - 원격 모자보건 AI → 인도의 일부 주에서는 AI를 탑재한 태블릿과 앱으로 보건소에서 임신부의 혈압, 체중, 초음파 데이터를 수집해 의사에게 전송하고, 고위험군을 자동 선별해준다. 이를 통해 산모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를 활용한 닥터앤서' 이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를 활용한 닥터앤서' 이미지

AI 활용 가능한 분야와 사례

▲외상 - 외상 CT·MRI 분석, 출혈/골절 탐지, 병원-119 간 자동 트리아지
▲모자보건 - 고위험 임신 예측, 태아 심박수 모니터링, 산전검사 자동 판독
▲응급의료 이송 - 환자 중증도 평가, 최적 경로 산출, 병상 상황 고려한 병원 지정
▲예방관리 - 지역별 발생 패턴 분석, 예방접종·검진 시기 안내
▲의료자원관리 - 인력/병상/장비의 실시간 매칭 및 분배

따라서 광주·전남권의 사례에 비춰보면, ▲권역외상센터에 AI 기반 외상 진단·이송 시스템을 도입해 골든타임 단축 ▲보건소-병원 간 고위험 임산부 AI 모니터링 체계 구축 ▲응급콜센터(119)에 AI 트리아지 시스템을 탑재해 병상 및 이송 최적화 ▲모바일 앱을 통한 임신부·노약자 대상 위험 예측과 교육 제공 ▲의료취약지에 AI와 연동된 휴대형 초음파, 원격진료 장비 배포 정책이 제안될 수 있다. 

AI는 의료인력을 대체하기보다 부족한 의료인력과 시설의 공백을 메워주는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될 수 있다. 

이미 강원, 전북, 캘리포니아, 영국 등에서 실제로 운영 중이며, 광주·전남권처럼 병원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일수록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이호영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는 지난 2023년 HIMSS 아·태 건강컨퍼런스 발표에서"의료진과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병원·IT기업·정부가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영학 교수(닥터앤서 프로젝트 참여)도 과거 인터뷰에서 "AI의 역할은 의사들을 교체하거나 대신하는 것이 아니고 의료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AI는 의료인을 보완, 연결하는 역할"이라는 관점을 뒷받침한다.

김종재 교수(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도 닥터앤서 사업 총괄 책임자로 "의료기관과 ICT 기업이 협력해 한국형 AI 의료를 고도화할 좋은 씨앗"이라고 말하며, "의료기관·정부·기업의 연계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AI는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료를 돕는 기술이다. 지방의 의료취약 문제를 풀기 위한 적극적 도구로 정책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