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공공의대'가 아니라 '국립의과대학'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순천대학교 박병희 국립의과대학설립추진단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9일 국정기획위원회 ;모두의 광장' 순천 방문에서 '순천대학교 국립의과대학설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순천대학교 박병희 국립의과대학설립추진단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9일 국정기획위원회 '모두의 광장' 순천 방문에서 '순천대학교 국립의과대학설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순천대학교는 지난 9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주관한 '모두의 광장' 행사에서, 전남에 국립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서를 발표하며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순천대가 강조한 핵심은 단순히 '의사 수'의 확보가 아니라, 지역에 뿌리내린 의료인력이 지속적으로 양성되고, 안정적인 공공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의대 설립'과는 방향과 내용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공의대'와 '국립의과대학'의 차이는 무엇인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는 말 그대로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를 한시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정원은 작고, 일정한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한 제한적 모델이다. 법적·제도적 설계상 학생 선발부터 교육, 졸업 이후 진로까지 상당 부분 정부의 정책적 지침과 통제 속에서 운영된다.

반면, '국립의과대학'은 국가가 설립하고, 국립대학의 일원으로 운영되며, 지역 거점의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을 기반으로 연구, 교육, 진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표준적 의과대학 체제다. 

이는 전국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현재 운영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에 의료인력과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공공성과 자율성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남에 필요한 것은 왜 '국립의과대학'인가

국립순천대가 지적하듯, 전라남도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지자체다. 그로 인해 지역민 180만 명은 상급종합병원조차 없어 필수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고, 인근 광주나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여수국가산단, 광양제철소 등 중화학 산업단지가 밀집해 산업재해와 응급의료 수요가 큰데도, 이를 감당할 공공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박병희 국립순천대 의과대학설립추진단장은 이날 행사에서 "전남 동부권은 산업재해 위험이 큰 지역적 특성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지역의 우수 인재가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공공의대' 모델로는 한정된 정원과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이후 지역을 떠나는 인력이 늘어날 수 있고, 대학병원과 연계한 상급의료, 연구개발, 전문의 수련 등 포괄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지역 거점 국립의과대학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정부 공약과 전남의 현실 사이의 간극

현 정부(이재명 대통령)는 대선 공약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제시했다. 전남도 김영록 지사도 한때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주장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정부 기조인 '공공의대'에 방점을 두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국립의과대학에 공공의대를 뒤섞는 듯한 추임새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국립순천대가 밝힌 정책 제안은 이러한 '공공의대' 중심 접근이 전남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국립의과대학이 설립되면 전남뿐 아니라 의료 사각지대인 경남 서부권(하동, 남해 등)까지도 아우르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단순한 인력 수급 이상의, 지역에 뿌리내린 공공의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순천대는 현재 국립목포대, 전라남도와 함께 통합의대 설립 공동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정책 제안은 단순한 공약 이행 차원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권 보장과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정교한 정책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지금 전남에 필요한 것은 한시적 '공공의대'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성장할 '국립의과대학'이다. 

정부가 전남의 현실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공공의료를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서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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