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생에너지를 100% 활용하는 'RE100 산업단지'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최적지로 꼽히는 전남 신안 등에서의 준비 상황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사진=파루솔라)
태양광 (사진=파루솔라)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RE100 산업단지 조성 TF' 1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 추진방향과 연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회의에는 산업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실국장급 인사 12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RE100 산단은 산업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을 수 있는 특별 산업지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RE100에 가입해 있어,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TF는 앞으로 송배전망 확충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장기·저가 전기요금과 규제 완화 등 기업 유치형 인센티브, 정주 여건 개선 등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간다. 

입지로는 전남 서남권과 울산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전남을 RE100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전남의 경우 신안을 비롯한 서남권이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매우 커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RE100 산업단지 및 에너지신도시 조성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전남 신안, 잠재력은 충분…그러나 준비는 아직 미흡

문제는 현장 준비 상황이다. 전남, 특히 신안은 이미 8.2GW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이고, 주변 지자체들도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TF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 시점에서, 전남도의 대응은 다소 더디고, 구체성이 부족한 점이 드러난다.

장점은 ▲세계적 규모의 해상풍력 자원과 풍부한 일조량 ▲현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협약 사례가 존재 ▲전력 생산량이 수도권 수요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등이 꼽힌다.

반면에 미비점과 개선 과제로 첫째, 송배전망 확충 부족이다. 신안 등 서남권은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송전할 수 있는 망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의 계획으로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24/7 안정적 전력공급을 보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남도 차원에서 한전과 협력해 송전선 증설 계획을 선제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산업단지 부지 및 계획의 불명확성이다. 전남이 잠재력은 높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떤 규모로,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아직 없다.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기다리기보다 도 자체의 선제적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주 여건과 인재 유치 대책 미흡이다. 대규모 인력 유입에 대비한 교육·문화·주거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해소할 대학교·연구소 유치, 국제학교 설립, 의료·문화시설 확충을 병행한 계획이 시급하다.

넷째, 기업 대상 인센티브 패키지 부재다. 전남이 자체적으로 제안할 만한 전기요금 감면,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방안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도 차원의 추가적인 재정적·행정적 인센티브 패키지를 정부안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전남 신안은 RE100 산업단지의 최적지로 손꼽히지만, "자원만 많은 상태"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송배전망 확충 로드맵 ▸부지와 규모가 명확한 산단계획 ▸생활 인프라 확충 계획 ▸기업 유치를 위한 도 차원의 인센티브를 반드시 조속히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 TF의 논의에만 의존하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전남도와 각 지자체가 주도권을 갖고 준비 상황을 점검·보완해 나가야 한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이 강조했듯, RE100은 이제 '규제'가 아니라 '기회'다. 전남이 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계획과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 

정부의 특별법과 지원책을 기다리되, 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들은 과감히 준비해두어야 할 시점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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