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해상풍력 발전 분야에서 다시 한 번 큰 진전을 이뤘다. 지난 6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해 총 2.6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추가로 획득하면서, 도내 총 허가량은 21.3GW에 달하게 됐다.
이는 전국 해상풍력 발전 허가량(34.8GW)의 61%를 차지하는 수치로, 전남이 명실상부한 해상풍력 중심지로 부상했음을 입증한다.
이번에 허가받은 사업은 신안 지역 6곳(블루자은, 블루임자, 블루신의, 블루비금1·2, 케이윈드파워)과 여수 이순신1 등 총 7곳이며, 이 중 3.2GW 집적화단지 계획 일부도 포함돼 집적화 전략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재생에너지가 산업의 쌀인 AI 시대, 전남은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지역 내 전력 생산과 소비를 연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구조 구축과 에너지 기본소득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AI 국정방향 속 '에너지·산업·데이터' 자립 구조, 전남이 실현할 수 있는가?
정부는 AI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삼고, 디지털 인프라와 연계된 에너지 기반의 분권형 산업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국정방향에서 전남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분명하다. 바로 재생에너지 기반의 초대규모 AI 인프라 운영이다.
특히 전남 해남에는 AI 슈퍼컴퓨팅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며, 이 클러스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체계로는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자립을 담보할 수 없다. 결국 전남이 확보 중인 30GW급 해상풍력 전력원은 AI 시대의 '동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자립과 AI 중심지 도약을 위한 '현실적 준비'는 충분한가? 다음의 요소들이 핵심이다.
전남이 실질적으로 갖춰야 할 5대 핵심 준비 요소는 이렇다.
첫째, 송전망 및 전력계통 확충이다. 지금의 전력 인프라로는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하거나 AI 클러스터로 직접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도 차원의 송배전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제주 사례처럼 계통 연계 지연이 치명적인 병목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현지 제조·기자재 산업 육성이다. 풍력기자재 생산·유통·정비 등을 지역에 뿌리내려야 단순한 발전단지를 넘어 산업단지로 발전할 수 있다.
최근 전남도가 해상풍력 산업박람회를 통해 공급망 MOU를 체결한 것은 긍정적이나, 실증센터와 국책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전력의 지역 소비체계 정착('지산지소')이다. 에너지 기본소득은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높이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핵심 전략이다.
그러나 단순 보상금 모델을 넘어, 주택 전기요금 할인, 주민 전용 전력공급 등 실효성 있는 구조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넷째, AI-에너지 융합 기반 인재 및 교육인프라 구축이다. 해상풍력과 AI는 고도의 기술 집약 산업이다.
도내 대학 및 특화 고등교육기관이 실질적인 인재양성 거점이 되어야 하며, 이는 현재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다섯째, 지역 주도의 정책 거버넌스 확립이다. 중앙정부 주도 모델을 벗어나, 전남도 자체의 법·제도적 권한을 확보하고, 지방정부 중심의 규제 완화 및 인허가 모델이 수립돼야 한다.
방향은 맞다…이제는 '실행력'이 과제
전남도의 해상풍력 비전은 방향성에서 매우 명확하고 선도적이다. 특히 지역 생산 전력을 AI 산업 기반으로 재투자하고, 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에너지 순환 모델은 전국 지자체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전력 생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전력 소비 및 활용의 구조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전력 → 인프라 → 산업 → 복지'로 이어지는 실질적 순환 구조의 실행력 확보다.
전남이 AI 시대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지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그 전력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와 함께 쓸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구조화가 절실하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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