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며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선도 지역으로 나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30일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린 '제8회 국제 기후에너지 포럼'에서 주요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30일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린 '제8회 국제 기후에너지 포럼'에서 주요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린 '제8회 국제 기후에너지 포럼'에서 전남도는 해상풍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에너지 허브 구축, RE100 산업단지 유치, 에너지 기본소득 도입 등 야심찬 전략을 대거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번 포럼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 산업 구조 전환'이라는 국정기조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전남도가 발표한 정책 방향은 중앙정부의 탄소중립 전략과 상당 부분 궤를 같이 한다. 

풍부한 해상풍력 자원과 접근성 높은 항만 인프라를 활용해 기자재 생산·조립·운송·유지보수까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친환경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은 정부의 '녹색 산업 국가 경쟁력 강화' 기조와 직접 연결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기후위기는 이제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경제, 지역 균형발전의 문제이며 이는 곧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서남권 50만 인구 에너지 혁신성장벨트를 조성하고, 에너지 기본소득 1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남도의 비전이 정부 기조와 방향을 같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에너지 기본소득 1조 원'이라는 선언은 현실적인 재원 마련, 제도적 기반, 정책 수요자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RE100 산업단지 역시, 친환경 전력을 100% 사용하는 기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유치한 기업이나 투자 규모에 대한 실질적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포럼에서는 공급망 구축과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과의 사회적 수용성 확보나 어업권 충돌 문제 등 민감한 갈등 요인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다.

또한 전남도가 제안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나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 중심지화' 전략은 정부의 현재 정책보다 다소 앞서나간 감이 있다는 평가다. 

정책 제안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중앙정부와의 충분한 협의나 연계 없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경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남도의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RE100 산업단지나 에너지혁신벨트에 대한 연차별 실행계획과 로드맵이 공개되어야 하며, 둘째, 에너지 기본소득은 시범사업 형태로 소규모 지역에서부터 실험적으로 도입한 뒤 확장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셋째, 해상풍력 등 대규모 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이익공유 모델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앙정부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전남도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국가 재정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 단독 추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 정합성과 공동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번 포럼을 통해 전남도는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를 향한 비전을 내보였고, 이는 분명한 방향성을 가진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행력, 정책 설계의 치밀함, 지역과의 소통, 그리고 정부와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지금이야말로 전라남도가 구호를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 여부는 결국 현장의 땀과 정책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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