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저연령층에서 인기를 끌던 '브레인롯(Brain Rot)' 영상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별 의미 없는 영상, 즉 'AI 슬롭(slop)'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이탈리안 브레인롯(Italian Brainrot)'이라는 인터넷 밈이 어린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틱톡 등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이탈리아어로 횡설수설하는 상어 '트랄랄레로 트랄랄라(Tralalero Tralala)'가 시작이었다. 이어 유튜브에는 나무이자 코주부원숭이인 '브르 브르 파타핌(Brr Brr Patapim)'이 등장했다.
이제는 근육질 팔을 가진 오렌지, 카푸치노 커피잔이 머리인 발레리나 등 기괴하고 과장된 캐릭터들이 12종으로 늘어났다. 이제 각 캐릭터는 배경 스토리와 주제곡까지 갖췄다.
이들은 대부분 AI 도구로 생성됐다. 어지럽고 시끄러우며 저속한 것이 특징으로, 이탈리아식 이름에 이탈리아 말을 한다. 또 머리가 썩는다는 표현은 온라인 활동을 너무 오래 한 뒤 느끼는 정신적 쇠퇴감을 묘사하는 단어로, 2024년 옥스포드 출판부의 '올해의 단어'에 선정된 바 있다.
5개의 인기 캐릭터 그리는 법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은 무려 3억2000만번이 넘는 조회를 기록했다.
'브레인롯 랩(Brainrot Rap)'이라는 뮤직 비디오도 1억2000만 조회를 기록 중이다.
이 밈은 Z세대와 그보다 더 어린 알파 세대의 인기 밈이다. 케냐와 같은 아프리카 지역부터 스페인 등 유럽, 이제는 한국과 일본을 거쳐 인도네시아까지 붐이 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2억8000만명에 달하는 젊은 디지털 활동 인구가 있어, 급속도로 브레인롯이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를 전문적으로 생성하는 집단도 생겼는데, 녹사(Noxa)라는 집단은 대부분 20세 미만의 크리에이터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딜 갈립 암스테르담대학교 뉴미디어 교수는 "인터넷에 이렇게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몰렸던 적은 없었다"라며 "이로 인해 디지털 문화가 더 유치하다고 여겨지는 콘텐츠 쪽으로 진화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AI 슬롭은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SNS 등을 통해 퍼지던 '새우 예수'나 아기 이미지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비오 3와 같은 도구들이 발전하며 음성까지 갖춘 영상 형태로 퍼져 나간다는 내용이다.
자카르타의 임상 심리학자인 오리자 사바티는 "문제는 이런 캐릭터들이 성인용 콘텐츠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많은 부모들이 기술에 능숙하지 않아 위험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라고 경고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