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화학업계에 구조 개편을 주문했다. 연말까지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장 운영 계획을 내고, 일부는 대규모 생산설비를 줄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업계 조정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수산단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지점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값싼 원료를 대량으로 들여와 국내 수요를 충당한 뒤 남는 물량을 해외에 풀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우리 기업들이 만든 범용 화학제품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문제는 한국 기업 스스로도 위기 요인을 키웠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시장이 위축되자 설비를 과감히 줄였지만, 우리는 오히려 증설을 이어갔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약 1300만t, 향후 에쓰오일의 신규 프로젝트가 더해지면 1470만t에 달한다. 세계 4위 규모지만, 이는 곧 과잉의 덫이기도 하다.
여수산단의 고민과 정부와 업계의 해법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은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크래커만 7기가 몰려 있어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 간 경쟁도 심해, 중국·중동 저가 공세에 더해 '내부 출혈경쟁'까지 겹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여수산단에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협약에서 NCC(나프타분해시설) 270만~370만t 감축에 합의했다. 이는 전체 생산능력의 18~25%에 해당한다.
동시에 범용 제품 위주의 체질에서 벗어나,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과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직 통합' 논의다. 정유사(기름을 정제하는 회사)와 석유화학사가 손잡아 원료와 제품 생산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능력을 조절할 수 있다"지만 "정유사 중심 통합에 대한 반발도 있어, 기업 간 이해관계 조정이 관건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공장 감축과 통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기술력과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AI로 공정을 스마트하게 운영하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시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며, 고부가 신소재를 개발하는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강조했다.
이어 "여수산단은 기존 대량생산 체제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며 "AI와 친환경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석화단지'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