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의 여수산업단지(여수산단)는 우리나라 최대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한 곳으로, 지난 수십 년간 전남 경제를 떠받쳐 왔다.
하지만 최근 가동률은 70% 수준으로 떨어지고, 적자가 쌓이며 "이대로 가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이 여수산단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고,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여수산단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진단했으며, 위기의 원인은 다음 네 가지로 압축됐다.
첫째, 글로벌 경쟁 심화다. 중국과 중동이 값싼 석유화학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판매하며, 여수산단의 주력인 기초화학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둘째, 높은 전기요금이다. 지난 4년간 전기요금이 73%나 올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공장 운영에 큰 부담이 됐다. 원가의 10%를 차지하는 전기료가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
셋째, 노후화와 산업 변화 미흡이다. 50년 넘은 설비와 기술에 머물러 있어, 전 세계가 요구하는 '친환경·첨단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탈석유, 탄소중립'이 대세인 산업 환경 변화도 따라가지 못했다.
넷째, 소극적인 대응이다. 지자체와 업계는 주로 전기요금 인하와 산단 추가 지정 등을 요구해왔지만, 근본적 혁신에는 미온적이었다.
살아날 수 있는 해법은?
산단 경영 전문가들은 "여수산단이 다시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완화해주고, 기업들도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변화가 필수적이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이 꼽은 핵심 변화의 방향과 회생 방안 첫째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통해 "친환경 화학, 바이오 소재, 첨단 화학제품 등 미래 성장 분야로 바꾸기"다.
둘째, '노후 설비 개선과 기술 혁신'을 꾀하여 "자동화, 에너지 절감, 친환경 설비로 현대화"를 하고, 셋째는 '지역 협력 강화'로 "지역 대학·연구소와 협력해 연구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꼽았다.
넷째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동남아, 인도 등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 판로 확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자체도 보여주기식 산단 신설보다는 기업이 실제로 들어오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는 어떻게 도움이 될까?
여수산단의 회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AI(인공지능)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AI를 활용해 공장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수산단도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스마트 공장'으로 변모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AI 활용 방안' 중 첫째는, '공정 최적화'로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생산 효율"을 높인다.
둘째는 '설비 고장 예측' 시스템인 "센서 데이터로 고장을 미리 감지해 불필요한 정지와 유지비용 절감"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AI로 불량품을 빠르게 판별해 품질 향상"시키는 '품질 관리 자동화'다.
넷째는, '공급망 관리'를 통해 "AI가 원자재 수급과 재고를 예측해 비용 절감"을 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넷째, "AI가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제시"하는 '탄소 배출감소'다.
해외 AI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 'BASF(독일)'은 AI로 에너지 사용을 10% 이상 줄이고, 고장을 미리 예측해 정지 시간을 최소화했다.
'Dow Chemical(미국)'은 AI를 통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춰 수백억 원 절감효과를 보고 있으며, 'Mitsubishi Chemical(일본)'은 AI로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경우 'LG화학·롯데케미칼'이 일부 공장에서 AI 기반 에너지 관리와 설비 예측 시스템을 시험 운영 중이다.
여수산단의 위기는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세계 산업의 흐름에서 뒤처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더 이상 전기요금만 낮춰달라는 요구나 산단 신설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사회단체의 지적이다.
AI를 포함한 기술 혁신과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야말로 여수산단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필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할 때다. 전문가들은 "여수산단이 다시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낡고 버려진 공단으로 남을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꼬집는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