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인수한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잇달아 등장했다.
로이터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인텔을 구했나? 그렇지 않다'라며 이번 거래가 인텔 재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에 지급할 90억달러로 9.9%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 자금은 어차피 받게 될 예정이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칩 생산 시설을 키우는 데도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킹가이 챈 서밋인사이트 분석가는 "정부가 투자하더라도 파운드리 사업부가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업부의 운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급선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텔은 목표인 첨단 칩 공정 14A에 못 미치는 18A 공정에서도 수율 문제, 즉 칩 완성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이는 TSMC와 같은 기업도 칩 생산 초기에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지만, 인텔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그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혔다.
류타 마키노 가벨리펀드 애널리스트는 "수율이 높지 않으면 새로운 고객이 인텔 파운드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회사의 기술적 측면은 실제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가 연고나 친분에 의해 이권이 좌우되는 '정실 자본주의' 또는 '친우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는 비판도 나왔다.
일론 머스크 CEO의 전기 작가로 유명한 월터 아이작슨 튤레인대학교 교수는 21일 CNBC 인터뷰에 출연, ”국가 자본주의는 종종 정실주의로 진화해 지도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특혜적 기업과 산업이 생겨한다"라며 "이는 재앙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부패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중국 연루 혐의가 있다며 사임 요구를 받은 립부탄 인텔 CEO가 결국 회동 후 지분을 넘기는 등 친분 관계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비슷한 사례로 꼽혔다. 엔비디아도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중국용 H20 수출이 금지됐으나, 백악관 회동 후 수출 재개를 허락받았다. 이 가운데 칩 매출 15%를 정부에 헌납하기로 합의했다.
아이작슨 교수는 이런 식으로는 미국 제조업을 살리기는 어렵다며, 트럼프 정부의 "민관 협력에 대해 항상 의심해 왔다"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22일(현지시간) 이번 인텔 거래가 "미국이 중국이 되는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자유 기업 체제에 의존해 중국에 앞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산업과 기업에 적극 개입하는 중국 공산당의 방식을 말한다. 그 결과로 중국에서는 전기차 등이 성과를 거뒀으나, 지나친 산업 쏠림 현상을 유발, 투자 중복을 일으키고 좀비 기업을 양산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