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알렉스 프로야스가 인공지능(AI)이 침체한 영화계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가 할리우드를 망칠 것이라는 입장과 정반대다.
프로야스 감독은 1일(현지시간)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AI가 자본주의 한계를 넘어 영화계에 예술적인 해방을 가져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진정으로 아끼는 영화 제작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AI가 아니다"라며 "업계와 스트리밍이 문제"라고 말했다.
영화 개봉 이후 다음 프로젝트 사이에 의존하던 케이블 방송 판매나 DVD 등 수익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으로 인해 크게 줄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영화 제작 예산도 줄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한다. AI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AI가 제작 원가를 낮추면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나아가 프로젝트에 대한 소유권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이 로봇'과 '크로우', '다크 시티' 등 인기작을 제작한 그의 발언은 할리우드 관계자 중 AI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례로 꼽힌다. 대부분은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작품성 미달을 지적해 왔다.
또 그가 현재 제작 중인 영화도 AI와 관련이 있다.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희곡 'R.U.R.(로숨의 유니버셜 로봇)'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R.U.R.은 '로봇'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노동자 계급의 로봇이 인간에 반란을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AI 디스토피아' 원조인 셈이다.
프로야스 감독은 이 영화가 기존 스튜디오에서는 1억달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AI를 사용하면 극히 일부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기술 대기업 델과의 협력으로 제작 중이다.
델은 동영상 생성 AI 기술과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영화의 배경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6개월에서 8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영화 산업에서 늘 그래왔듯이 기술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면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또 그는 "AI를 인공지능이라기보다는 '지능 증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AI는 우리가 일을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으로 구성된 팀은 항상 필요하다. 나는 AI를 협업팀으로 생각하며, 이를 통해 작은 제작사도 더 나은, 더 빠른, 더 저렴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독, 크리에이터, 비주얼 담당자로서 내 역할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더 작은 규모의 인간팀과 일하고 있다. AI들도 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동료처럼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델 테크놀로지 포럼'에서 영화 제작에서의 AI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