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환(AX)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초거대 AI 모델이 몰고 온 전력 수요 폭증과 각국 규제 압박 속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난제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은 데이터센터 운영을 뒷받침할 전력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전례 없는 투자와 계약에 나서고 있다.
생성형 AI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비유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한 번의 챗GPT 검색이 일반 웹 검색보다 약 5배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는 분석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구글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 대비 2024년 51% 증가했으며, MS 역시 2020년보다 23% 이상 늘었다.
아마존과 메타는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엔 보고서는 3년 새 각각 182%, 145%의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전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5년 안에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 전망한다.
골드만삭스는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가 발생시킬 사회적 비용(탄소배출 영향)이 1,250억 ~ 1,4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동부 대형 전력망인 PJM 지역은 이미 전력 조달 단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가정과 기업 전기요금이 15% 오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빅테크, 전력 확보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는 빅테크는 탄소중립 포기 역시 불가능하다. 이중 압박 속에서 해법은 '재생에너지 전환'이다.
구글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3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어 펜실베이니아주의 대형 수력발전소 두 곳에서 20년간 670MW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수력발전 부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메타는 텍사스 태양광발전소에 9억 달러를 투자하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호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 프로젝트에 신규 태양광발전소 세 곳을 포함시켰다.
이러한 행보는 유엔이 강조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100% 재생에너지 전환" 요구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신규 발전용량의 92.5%가 재생에너지였다는 사실은, 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전력 효율 개선도 빅테크 전략의 핵심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데이터센터 냉각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에너지 효율을 15% 끌어올렸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의 약 40%가 냉각에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개선이다. 또한 발전 단가 측면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에너지부 연구소는 2030년 태양광 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낮아지고, 2045년 이후에는 육상풍력도 원전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전체 비용은 2050년까지 최대 50% 하락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수상형·영농형 태양광 솔루션을 내놓아 국토 제약을 극복하고,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전력구매계약(PPA)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NG 발전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ESS(에너지저장장치) 및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접목해 전력 수급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AI-에너지-탄소중립' 삼각 딜레마
AI 시대는 거대한 기회이자 부담이다. 전력 소비 급증은 불가피하고,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결국 관건은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전환과 기술 혁신을 통해 AI 성장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느냐이다.
빅테크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까지 뛰어든 '재생에너지 확보 전쟁'은 이제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