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순 이후 발표할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에너지 정책 기능의 독립 혹은 재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본격 논의되면서,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 통합 이후 처음으로 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가 분리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과 에너지 전환 성패를 좌우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거론되는 안은 두 가지다.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과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을 통합해 별도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과, 산업부 에너지실을 환경부 산하로 이관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미 확대 개편안을 보고한 바 있어, 두 번째 안이 더 유력하게 점쳐진다. 

특히 산업부 2차관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 기능과 환경부의 기후 부문이 하나의 축을 이루는 방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은 불가피하다. 산업부는 에너지 비중이 크고, 산업·통상 정책과의 긴밀한 연계성을 강조하며 분리에 강력히 반발한다. 

실제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연이 초래한 인사·정책 공백

개편 결론이 늦어지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인사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6월 산업부 2차관 임명 이후 에너지정책실장 자리가 두 달 넘게 공석이다.

전력거래소·에너지공단은 공모 절차를 마쳤으나 이사장 임명도 미뤄지고 있으며, 한전KPS·가스기술공사 등도 제청 지연으로 임명이 중단됐다.

또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등 기관장 임기 만료가 줄줄이 도래하고 있다. 

이는 전력·가스·재생에너지 등 핵심 정책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조직개편 논의가 길어질수록 피해는 가중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부 갈등과 조직 문화 충돌 가능성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조직 통합 과정의 갈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그간 업무 성격과 조직 문화가 달라, 단순한 기능 결합이 아닌 인사 공정성 확보, 역할·책임 명확화, 조직 융합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에너지 정책이 산업적 이해와 기후 환경적 가치 모두를 포괄해야 하는 특성상, 균형 잡힌 리더십과 유연한 거버넌스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번 기후에너지부 논의는 단순히 정부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형 에너지 전환의 체계 재정립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처 간 갈등 조율 ▲정책 공백 최소화 ▲기관장 인사 지연 해소 ▲조직 문화 융합이라는 난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결국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기후위기 대응의 상징적 조치이자, 한국이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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