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최근 블랙록과 정부 간 체결된 AI·재생에너지 협력 양해각서(MOU)를 계기로, '솔라시도'를 최적의 입지로 내세우며 AI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이 계획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선 이번 블랙록 MOU의 성격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AI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협력 의지를 밝히며, 재생에너지 기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협약은 어디까지나 '포괄적 협력 선언'일 뿐, 특정 지역·부지나 투자금액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전남도가 솔라시도를 공식 제안하고 홍보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블랙록 TF가 본격 가동되기 전, 유치 경쟁에서 선점을 노리는 의지 표현에 가깝다.

전례 있는 '15조 프로젝트'의 불발 경험

문제는 전남도가 올해 2월에도 이미 비슷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당시 전남도는 미국 투자사와 함께 2030년까지 15조 원 규모의 'AI 슈퍼클러스터' 조성을 합의했지만, 8월 예정됐던 본계약은 투자금 조달 지연 등으로 결국 연기됐다.

이 사례는 "MOU나 MOA 발표만으로는 실질 투자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블랙록 건 역시 후속 계약 체결과 자금 조달, 앵커 기업 확보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솔라시도는 120만 평 규모의 대규모 부지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 안정적 용수 확보 가능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한국전력과 협력해 154kV 변전소 구축 일정을 앞당기는 계획도 마련했다. 이런 점에서 입지 경쟁력 자체는 분명하다.

그러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하려면 3GW급 전력망 증설, RE100 전력 공급 체계, 글로벌 클라우드·AI 기업의 장기 임차 계약(앵커 테넌트) 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이 조건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실행 가능성을 가르는 관건

전남도의 유치전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실질적 '체크포인트'가 필요하다.

▲정부–블랙록 TF에 전남도의 공식 참여 여부 ▲한전의 접속 용량 배정 및 전력망 증설 계획 확정 ▲글로벌 클라우드·AI 기업의 참여 의향서(LOI) 공개 ▲RE100 산업단지 특별법 제정 및 요금 인센티브 구체화 ▲부지 매입 계약과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착수 등이다.

이러한 지표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전남도의 발표는 결국 정치적 홍보용 선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전남도의 블랙록 데이터센터 유치 시도는 분명 지역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이는 구체적 투자·계약으로 이어진 확정안이 아닌, 경쟁 참여 의사 표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정부 TF 참여, 전력망·정책 인프라 확정, 글로벌 기업의 참여 여부가 실행 가능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하겠다"는 선언보다, 본계약·망 접속·앵커 테넌트 확보라는 실질적 신호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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