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해남군 '솔라시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15조 원을 들여 2030년까지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전기 저장장치 등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발걸음이 멈춘 듯하다.

전라남도가 역점 추진 중인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가시적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미국을 순방 중인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호텔에서 퍼힐스(FIR HILLS),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주), 해남군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AI타임스DB)
전라남도가 역점 추진 중인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가시적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미국을 순방 중인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호텔에서 퍼힐스(FIR HILLS),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주), 해남군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AI타임스DB)

당초 처음에 약속한 계획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총 15조 원 투자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큰 세계 최대 AI 슈퍼클러스터 허브(3GW) ▸데이터센터, AI 훈련센터, 전기 저장 장치 등을 갖춘 "미래 도시"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태양·풍력)와 넓은 땅을 활용이었다. 

전남도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이 세계 AI 중심지가 될 수 있다며 크게 홍보했다. 그런데 왜 멈췄을까?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돈 문제다. 함께하기로 한 미국 투자회사 '퍼힐스'가 아직 돈을 다 모으지 못했다. 지금까지 모은 건 1조 원 정도지만, 전체 15조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신뢰 문제가 제기된다.

둘째, 땅 문제다. 도시를 지을 땅이 120만 평인데, 절반만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평탄화 작업이 필요해 시간·돈이 더 든다. 땅 주인은 비싸게 팔려 하고, 투자사는 싸게 사려 해서 협상이 멈췄다.

셋째, 속도 경쟁에서 뒤처짐이다. 울산은 이미 7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착공식을 열었다. 전남이 늦어지면 다른 지역이 기회를 다 가져갈 수 있다.

전남도는 "사업이 무산된 게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투자사가 본계약 시한을 6개월 미뤄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오픈AI,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과도 접촉 중"이며, "변전소와 통신·용수 같은 기반 시설은 정부 지원으로 앞당겨 준비 중이다"는 것이다. 즉, "아직 기회가 있고,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준비 부족은 분명해 보인다. ▸투자금이 아직 확실히 마련되지 않았고, ▸토지 협상이 교착 상태이며, ▸글로벌 기업과도 아직 '논의 중'일 뿐 계약 단계가 아니다.

180만 전남도민과 5200만 국민에게 너무 큰 그림만 보여주고, 실제 실행 계획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전남도가 이 사업을 다시 살리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투명한 공개다. "투자사의 돈이 어디서 오는지, 어떤 기업이 참여하는지 자세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는다. 

둘째, 땅 문제 해결이다. "도, 투자사, 토지주가 함께 모여 가격을 공정하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셋째, 정부 지원 끌어오기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국가 과제로 지정되면 예산과 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거대한 도시를 만들기보다, 작은 데이터센터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단계적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세계 최대 AI 도시'라는 말은 멋지고 꿈이 크다. 하지만 돈·땅·속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지금은 멈춘 상태다.

만약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성과만 노리고 발표했다면, 도민과 국민에게 솔직한 사과와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자원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이를 잘 살린다면, 정부 지원과 글로벌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어 여전히 대한민국의 미래 AI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금 전남도의 AI 슈퍼클러스터 사업은 "크게 벌렸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앞으로는 도민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알리고, 작은 성과부터 쌓아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준석 rlwk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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