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전남"이라는 구호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실적은 초라하다.
신안 8.2GW 해상풍력 계획 가운데 현재 상업운전에 들어간 것은 고작 96MW, 전체의 1.2% 수준이다. 송전망 제약, 군 레이더 문제, 어업 갈등, 인허가 지연이라는 현실적 벽은 여전히 두껍다.
그런데도 도는 국제 포럼을 열고, 노벨상 수상자를 불러 보여주기 행사에 매달린다. '에너지 수도'라는 말은 많지만, 수도(首都)답게 실행과 성과를 보여주는 근거는 없다.
이젠 구호를 줄이고, 매 분기마다 MW 단위 설치량, 계통 증설 구간·준공 시점, 인허가 처리 현황을 대시보드로 공개해야 한다. "그게 '수도'다운 행동이다"는 지적이다.
전남도는 재생에너지 수익으로 연간 1조 원의 기본소득을 도민에게 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특별법제정, 30조원 기금조성, 3% 저리대출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조차 되지 않았다. 즉, 지금은 단순한 구상일 뿐, 재원도 법도 없다.
따라서 뜬구름 잡는 식의 "1조원 시대" 선전 대신, 법안 발의 일정·기금 조달 구조·지급 개시 시점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도민에게 '언젠가'가 아니라 '몇 년 뒤 몇 원'이라는 구체적 달력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는 꼬집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조 AI 슈퍼클러스터" 연기된 장밋빛
솔라시도에 15조 원 규모 AI 슈퍼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던 사업은 본계약이 6개월 연기되었다. 투자사 측도 현재 확보한 자금은 약 1조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도는 여전히 15조 규모, 세계 최대급이라는 숫자를 홍보에 쓰고 있다. 이는 도민에게 실제 상황과 다른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장 본계약 시한, 단계별 투자액,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계통 확보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관련 계통 전문가들은 "투자사가 돈을 언제, 어떻게 집행하는지 없는 사실을 부풀리면 안 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 "분산·직류·디지털(AI) 전환이라는 'DDD'는 근사하지만, 그러나 이 또한 구체적 실증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다.
어느 배전 구역에서 DC 실증을 할 것인지, 주민참여형 분산 PPA는 몇 건 추진 중인지, 손실률·정전시간 같은 KPI는 무엇인지 발표된 바가 없다.
결국 "'DDD'는 포럼 슬로건일 뿐, 현실의 전력망을 바꾸는 힘은 없다"고 꼬집는다.
말잔치 대신 실제 시범 구역 1~2곳 지정, KPI를 공개하고 1년 단위로 성과를 측정하는 것, 그게 혁신이다.
전남도의 보도자료에는 늘 정치적 수사가 함께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100년 미래 먹거리",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그런데 그렇게 구호 뿐이다.
도민이 보고 싶은 건 정치 구호가 아니라 실적과 돈과 전기다. 구호성 언어는 결국 신뢰를 갉아먹고, 정치적 성격이 강조되어 정책 본질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
전남도와 도지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구호성 홍보는 멈춰야 한다. 법·재정·계통·실적을 수치로 공개해야 한다.
분기별 대시보드를 만들어 도민이 직접 확인하게 해야 한다. 투자·기본소득·전환모델 모두 구체적 달력과 수치를 동반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도민과 국민을 혼동시키는 구호성 홍보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수치와 성과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 수도 전남"은 또 하나의 공허한 정치 구호로만 남게 될 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