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과 주파수 전환 뉴리스터의 비교 개념도 (사진=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이 뇌세포가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예민해지거나 둔해지는’ 적응 능력인 ‘내재적 가소성’을 모방한 차세대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뉴런의 내재적 가소성을 모방한 ‘주파수 스위칭(Frequency Switching) 뉴리스터(Neuristor)’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내재적 가소성은 같은 소리를 여러번 들으면 점점 덜 놀라거나, 반복 훈련을 통해 특정 자극에 더 빨리 반응하게 되는 것과 같은 뇌의 적응 능력을 뜻한다. ‘주파수 스위칭 뉴리스터’는 마치 사람이 자극에 점점 익숙해져 덜 놀라거나, 반대로 반복된 훈련으로 점점 더 민감해지는 것처럼, 신호의 빈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인공 뉴런 소자다.

연구팀은 순간적으로 반응했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휘발성 모트 멤리스터’와, 입력 신호의 흔적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비휘발성 멤리스터’를 결합해, 뉴런이 신호를 얼마나 자주 내보낼지(발화 주파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소자를 구현했다. 

이 소자는 뉴런 스파이크 신호와 멤리스터 저항 변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반응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희소 신경망(Sparse Neural Network)’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뉴런 자체의 기억 기능을 통해 기존 신경망보다 27.7% 낮은 에너지 소모로 동일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 뉴런이 손상되더라도 내재적 가소성을 통해 네트워크가 스스로 재구성되어 성능을 회복하는 뛰어난 복원력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AI에 적용하면 전기를 덜 쓰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부 회로가 고장 나도 스스로 보완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김경민 교수(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민구, 김대희, 송한찬 박사 (제1저자, 현 ETRI), 고태욱, 최문구, 김은영, 강준모 연구원, (우측상단) 본 연구를 주도한 박우준 박사 (제1저자, 현 독일 율리히 연구소) (사진=KAIST)
김경민 교수(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민구, 김대희, 송한찬 박사 (제1저자, 현 ETRI), 고태욱, 최문구, 김은영, 강준모 연구원, (우측상단) 본 연구를 주도한 박우준 박사 (제1저자, 현 독일 율리히 연구소) (사진=KAIST)

연구를 주도한 김경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의 핵심 기능인 내재적 가소성을 단일 반도체 소자로 구현해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한 차원 높인 성과”라며 “스스로 상태를 기억하고 손상에도 적응·복구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엣지 컴퓨팅, 자율주행 등 장시간 안정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의 핵심 소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박우준 박사(현 독일 율리히 연구소), 송한찬(현 ETRI)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에 8월18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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