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전자 제품에 내장된 반도체의 개수와 가치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2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상무부가 제품 내 칩의 추정 가치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계획이 적용되면 칫솔부터 노트북, 스마트워치, 서버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전자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현재 검토 중인 초안에 따르면 칩이 많이 들어간 제품에는 25%, 일본과 유럽연합(EU)산 전자제품에는 15%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면 일정 부분 관세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구체적 기준과 실행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2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반도체의 양만큼 미국에서 칩을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쿠쉬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국가와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품을 외국 수입에 의존할 수 없다”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감세, 규제 완화, 에너지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쇼어링이란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물가 상승 압력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클 스트레인 미국 기업연구소(AEI) 경제학자는 “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이미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관세가 소비재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조차 원자재와 부품 비용 상승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상무부는 반도체 생산 장비에는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백악관은 예외 조항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리쇼어링 목표를 약화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