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드니 브룩스 블로그)
(사진=로드니 브룩스 블로그)

저명한 로봇공학자가 현재 개발 중인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이 돈 낭비라고 경고했다. 15년 뒤에는 휴머노이드가 넘쳐 나갔지만, 지금 개발 중인 모습을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이로봇(iRobot) 창립자이자 MIT에서 수십년간 로봇 공학을 이끈 로드니 브룩스는 26일(현지시간) 개인 블로그를 통해 '현재 휴머노이드가 손재주를 배우지 못하는 이유'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테슬라나 피규어와 같은 회사들이 시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순수한 판타지적 사고(pure fantasy thinking)"라고 평했다. 인간과 동일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인간처럼 작동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말이다.

그 예로 든 것이 휴머노이드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손기술이다.

그는 인간의 손은 엄청나게 정교하다고 설명했다. 어떤 로봇도 따라올 수 없는 약 1만7000개의 특수 촉각 수용체로 이뤄져 있으며, 촉각 감지에 관여하는 신경 세포군은 15개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이를 센서로 처리하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로봇 기술의 발전은 수십년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가 바탕으로, 머신 러닝으로 음성 인식과 이미지 처리 등을 혁신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촉각 데이터에 관해서는 그런 전통이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로봇용 촉각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으로는 인간이 장갑을 끼고 터치 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데, 인간의 복잡한 촉각과 힘 감지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봤다.

두다리를 갖추고 서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실물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똑바로 서 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리학적으로 로봇이 두배 커지면 여덟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로봇이 넘어질 때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그는 15년 뒤에는 성공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겠지만, 이는 바퀴와 여러 개의 팔, 특수 센서를 갖춘 인간과는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봤다. "기술은 변화하고, 기술과 관련된 단어의 의미도 변화한다"라며 휴머노이드의 개념과 형태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머지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은 발에 바퀴를 달게 될 것이며, 이미 일부에서 이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두개, 나중에는 더 많아질 것으로 봤다.

팔은 한개부터 여러개로 다양한 버전이 나올 것이며, 다섯손가락을 가진 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두손가락, 용도에 따라서는 흡입판을 가진 손도 등장할 것으로 봤다.

이제까지 등장한 다양한 로봇 손 (사진=로드니 브룩스 블로그) 
이제까지 등장한 다양한 로봇 손 (사진=로드니 브룩스 블로그) 

시각을 담당하는 카메라에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대역을 감지하는 센서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위치도 바닥이나 사물을 자세하게 감지하기 위해 사타구니나 손바닥에 위치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래도 이를 모두 휴머노이드라고 부를 것으로 봤다.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화된 작업에 맞춰 다양한 형태를 갖춘 수많은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현재 인간 형태의 로봇에서 성능을 짜내려는 시도는 결국 돈만 날리는 일로, 곧 잊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기술 기업과 투자자들이 휴머노이드에 쏟아붓는 돈을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인 대학 연구진에게 준다면 목표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는 AI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생성 AI의 잠재력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심지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글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에 큰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피규어 AI는 이달 초 마무리한 투자 라운드에서 390억달러의 가치로 10억달러를 모았다고 밝혔다. 산업용 휴머노이드 전문 필드 AI도 지난달 20억달러의 기업 가치로 누적 4억500만달러를 모금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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