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음성비서 ‘시리’의 불법 데이터 수집 혐의로 프랑스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는 프랑스 인권단체의 고소에 따른 것으로, 미국 기업과 유럽과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검찰이 사이버 범죄 전문 경찰 부서에 애플의 시리 관련 수사를 위임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인권 단체인 인권연맹(LDH)이 고소를 제기했으며, 내부 고발자인 토마 르 보니에크가 주요 증거를 제공했다. 그는 과거 애플의 아일랜드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며 시리 녹음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았던 기술자다.
LDH는 애플이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시리 대화를 수집하고 저장,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 개시는 기본권의 중요성과 이를 지키려는 시민사회의 의지를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애플은 “2019년, 그리고 올해 초 두번에 걸쳐 시리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또 지난 1월에는 블로그를 통해 “시리 대화 내용은 마케팅 업체와 공유되거나 광고 목적으로 판매된 적이 없으며, 오직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선택적(opt-in) 데이터로만 사용된다”라고 설명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시리를 통해 수집된 일부 음성 데이터는 최대 2년간 보관될 수 있으며,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만 채점자(grader)나 외부 하청업체가 품질 개선 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내부 고발자 르 보니에크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시리 녹음 파일 중 환자의 병원 대화, 커플 간 사적인 대화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녹음을 분석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번 고소 과정에서 “이번 수사는 기술 기업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정부는 최근 몇년간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이미 반독점 조사와 디지털세 부과를 통해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등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감시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프랑스는 EU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적극적으로 집행하는 국가 중 하나로, 이번 수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는 평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