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환상파 화가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김영환 작가가 오랜만에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순천문화원 초대로 갖는 이번 개인전은 지난 10월 1일부터 오는 11월 중순까지 열릴 예정이다.

김영환 작. 달항아리 25호정방 Oil on Canvas
김영환 작. 달항아리 25호정방 Oil on Canvas

김영환 작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환상파의 2세대 작가로 환상적인 우주 신화를 추구하고 완전무결한 자연의 환영을 재현하려는 환상파 화풍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엔나 환상파의 화려한 색채와 정밀한 묘사 기법을 살려 극사실적인 리얼리즘을 추구했던 김영환 작가가 이번엔 그의 예술적 뿌리와 철학이 응축된 '달항아리 연작'을 중심으로, 점묘법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대 회화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김 작가는 섬세한 세필로 점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며 완성하는 대형 캔버스 작품 17점을 선보인다. 그가 추구하는 미학은 인내와 시간의 흔적을 담은 점의 집합 속에서 빛을 발한다.

점묘의 시공간, 달항아리에 깃든 한국적 정서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김영환 작가가 재해석한 '달항아리'가 있다. 그의 달항아리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고전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성이 교차하는 새로운 조형 세계를 만들어낸다. 

옛 도예가들이 빚은 달항아리를 소재로 하되, 작가는 이를 환상파의 정밀한 묘사력과 상징적 감수성으로 다시 빚어낸다.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표면은 빛과 그림자의 미묘한 흐름을 담아내며, 달항아리의 고요함 속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한다.

김영환 작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유학 시절 습득한 환상파 회화기법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완전한 형태미를 추구한다.

김영환 작. 피츠로이의 달  Oil on Canvas   50 M
김영환 작. 피츠로이의 달 Oil on Canvas 50 M

그의 작품 세계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선 초현실적 서정성과 상징성으로 채워져 있다.이번 순천 전시는 이러한 미학이 한국적 소재와 만나 탄생한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달항아리의 둥근 형상은 작가의 내면과 시간,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하는 공간이 된다. 순천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김 작가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사석에서 "고향에서의 전시는 단순한 발표의 자리가 아니라, 내 작품이 태어난 정서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과정"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영환 작가의 순천 전시는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예술가의 뿌리와 정체성을 돌아보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가 수십 년간 다듬어온 점묘의 세계는 고향의 따뜻한 정서와 만나 더욱 깊어진 울림을 전한다.

그의 달항아리는 옛 도예가들이 빚은 달항아리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모시킨다. 예술가적인 미적 감각과 신뢰 높은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태 세련된 조형미를 구현한다. 

그의 달항아리 그림은 오랫동안 다져온 환상파의 기법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재현적인 그림과 확연히 다른 조형 세계를 구현한다. 달항아리라는 현실적인 소재로서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회화적인 미로 변환한다. 

아니 훼손이 아니라 달항아리에 구현된 예술적인 가치와는 또 다른 차원의 조형미를 탐색해 낸다. 그의 달항아리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려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신항섭 평론가는 "그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유학하면서 환상파의 회화기법을 배웠다"면서 "환상적인 사실주의라고 설명할 수 있는 환상파 회화는 치밀한 묘사력을 기반으로 완전무결한 자연과 문학적인 서정미 그리고 내면을 응시한다는 형식 미학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환상파 미학을 몸에 익힌 그의 그림은 정교함과 깨끗함, 그리고 완벽한 형태미를 추구한다"며 "달항아리 이전의 알프스를 소재로 한 일련의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의 작업은 모두 환상파의 미학이 뼈대를 이루는 성과물이다"고 했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그의 점 하나하나는, 고향의 기억과 예술가의 철학이 만나는 빛의 언어로 피어나는 전시회에 이 가을에 관람객들의 눈길과 발길이 머물길 권한다.

김영환 작. 달항아리 24-4 변형
김영환 작. 달항아리 24-4 변형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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