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미래를 위한 총체적 점검과 제언

2025년 8월, 다시 수묵이 문명을 그린다. 전라남도가 주최하고 세계 20개국 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문명의 이웃들 – somewhere over the yellow sea'를 주제로 목포·진도·해남 등에서 막을 올린다.

2023년 수묵베엔날레 전시 모습 (사진=전남도)
2023년 수묵베엔날레 전시 모습 (사진=전남도)

4회째를 맞이하는 수묵비엔날레는 단순한 지역 미술 축제를 넘어, 동아시아 고유의 예술 정신이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감각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공유하는 국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일본팀 'teamLab'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함께 참여하면서 세계 예술계의 시선도 집중될 전망이다.

전남이 수묵의 집인 이유

한국 수묵화의 심장은 늘 남도를 향해 뛰었다. 진도의 소치 허련, 해남의 남농 허건, 목포의 장암 박영선 등 전남은 조선시대부터 한국 수묵산수의 정신적 거점이었다. 

단순한 지역적 우연이 아니라, '산과 바다, 안개와 구름'이 교차하는 이 고장은 그 자체가 수묵적 풍경이다.

수묵비엔날레는 이 같은 전통을 단지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장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는 전라남도가 문화예술을 소극적 후원이 아닌 전략적 자산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4회 비엔날레 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비엔날레는 젊은 기운이 느껴지도록 힙하고 역동적인 전시 연출이 필요하다"며 "수묵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열린 전시로 기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수묵이라는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관람자 중심 전시 전략이다.

실험적 퍼포먼스,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 온라인·SNS 콘텐츠와의 융합 등 '비엔날레의 체감 온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묵비엔날레는 그동안 수묵의 전통성과 정체성에 무게를 두며 성숙한 기틀을 다졌지만, 청년 작가의 구조적 참여 확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지역 미술계에선 "지역 청년 작가의 단순 전시 참여를 넘어서, 큐레이션·기획·협업 구조로의 진입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비엔날레는 '성과 발표의 장'을 넘어 '창작 생태계 조성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시 기획자들은 "진도, 해남, 목포는 각각 독립된 관람지점이지만, 지리적 거리와 접근성을 고려한 '관람자 이동 시스템(예: 셔틀, 스탬프 투어, 지역 해설가 동행)'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관람자 동선과 지역 경제 기여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래 관람객을 위한 '예술+관광 연계 콘텐츠(맛집, 수묵체험, 지역 해설 등)'를 확충하지 못하면, 비엔날레의 파급력은 전시장 안에서 멈출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비엔날레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며 "매 회차마다 연구성과, 자료집, 다큐멘터리, 작가 인터뷰 아카이빙 등을 구축해야 '전남형 예술사 데이터'가 축적된다"고 기록과 연구의 축적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수묵은 고요한 줄 알았지만, 실은 가장 넓고 깊은 예술이다. 전라남도는 이 수묵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매력이자 미래의 자산으로 탈바꿈시키려 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축제'가 아닌, 수묵 중심의 예술생태계 구축이다. 그리고 이 예술혼의 중심에 전남이 있다면, 세계는 그 중심으로 다시 모여들 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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