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도 시정연설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국가의 새로운 도약 축으로 선언했다.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쳐)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쳐)

산업화·정보화에 이은 세 번째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AI를 중심으로 산업과 재정, 교육, 에너지 정책 전반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전남이 가진 에너지·조선·농수산 인프라가 AI 혁신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할 때"라며 국가 대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 728조원 중 AI 관련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3배가 넘는 수준으로, AI 인프라 구축·산업전환·인재양성·GPU 확보에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다.

또한 첨단전략산업 분야 R&D 예산도 35조3000억원으로 확대돼, AI·콘텐츠·방위산업·반도체 등 미래산업 전반의 연구개발을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예산의 핵심은 '피지컬 AI'다. 로봇, 자동차, 조선, 반도체, 가전 등 제조현장에 인공지능을 직접 결합하는 전략으로, 향후 5년간 6조원이 투입된다.

특히 정부는 지역별 산업 특성에 맞춘 AI 기반 제조혁신 거점 조성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조선·해양·에너지 산업이 집중된 전남이 'AI-제조 융합 특화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남은 이미 광양·여수의 산업단지, 신안 해상풍력단지, 나주의 한국에너지공대 등 AI와 에너지 융합 생태계를 구축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대전환의 산업 거점이 수도권을 넘어 에너지벨트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AI는 전력산업의 변수… 재생에너지의 필요성 커져

AI 산업의 급성장은 전력수요 폭증을 동반한다. 초대형 언어모델 학습과 고성능 GPU 운용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AI 성장과 동시에 친환경 전력망 확충 및 재생에너지 확대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논 위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설비. 인공지능(AI) 시대를 뒷받침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미래 전력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파루솔라)
논 위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설비. 인공지능(AI) 시대를 뒷받침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미래 전력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파루솔라)

특히 전남은 전국 최대의 해상풍력·태양광·수소에너지 벨트를 형성하고 있어, AI 데이터센터의 청정 전력 공급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신안 해상풍력(16.5GW 규모)은 향후 AI 클라우드 및 반도체 클러스터의 탄소중립 전력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남, "AI-에너지 융합형 국가 모델"로 부상

전남은 AI 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결합해 전국 최초의 'AI-에너지 융합형 지역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된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망, 해상풍력·수소에너지의 공급능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한국에너지공대·전남대 등 연구 인프라가 이미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지방우대 재정원칙을 도입한 만큼, 수도권 중심의 AI 산업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전남 중심의 분산형 AI 생태계 구축이 추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정연설을 AI와 에너지의 결합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한국산업기술연구원(KITECH) 한 연구위원은 "전남은 AI 연산 인프라의 에너지 공급기지로서, 동시에 조선·해양·농생명 분야의 AI 적용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AI 시대의 국가 균형발전 모델은 전남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인공지능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술 중심의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벗어나, 지방이 주도하는 AI 균형성장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AI 산업의 전력 기반이 되는 재생에너지의 중심지 전남, 그리고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AI·에너지 융합 인프라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그리는 'AI 고속도로'의 남쪽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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