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이 한국 AI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 AI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매우 특별한 반면 이전에 없었던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오는 29일 방송을 앞둔 SBS 예능 프로그램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AI) vs 인간’에 대해 ‘한층 더 특별하다(all the more extraordinary)’라고 소개했다. 반면 고인의 목소리를 AI로 부활시키는 모습에는 윤리적 문제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은 모창부터 주식투자까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AI와 대결을 벌이는 SBS 예능 프로그램이다. AI가 김광석, 프레디 머큐리 리 등 고인의 목소리를 딥러닝 학습해 재구현하고, 현직 가수와 모창 대결 등도 펼칠 예정이다.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영상=SBS 유튜브 채널)
이외에도 CNN은 한국이 고인을 AI로 부활시킨 ‘AI 엔터테인먼트’ 예시들을 소개하며, 이에 열광하는 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지난해 12월 Mnet이 방영한 예능 ‘AI 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에서 가수 터틀맨(故임성훈)을 AI 기술로 부활시킨 것과 BTS가 연말 온라인 무대에서 AI 홀로그램 기술로 故신해철을 등장시킨 합동 공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Mnet 'AI 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영상=Mnet 유튜브 채널)
◆AI ‘딥페이크’ 오용의 위험
CNN은 네덜란드 사이버 보안 연구소 딥트레이스(Deep Trace)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한국이 처한 딥페이크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 동영상 1만4000여개를 분석한 결과 96%는 음란물이며, 이중 25%는 한국 여자 연예인 얼굴이 등장한다.
이에 CNN은 한국이 AI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딥페이크 관련 처벌 강화를 제기한 국민청원이 며칠 만에 37만여명이 동의했단 사실을 함께 전했다.
이처럼 인간을 모방한 AI 기술에 대해 CNN은 허훈 슈퍼톤(Supertone) 기술책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슈퍼톤은 예능 ‘세기의 대결’과 ‘다시 한번’에서 고인의 음성을 복원에 참여한 AI 오디오 기술 기업이다.
허훈 기술책임자는 “우리 기술이 대중의 손에 넘어가면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안다”라며 “고인의 목소리를 되살려 반발이 일어난다는 건 사회적 토론이 시작된다는 뜻이고, 결국 입법 논의까지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CNN은 슈퍼톤이 오디오 파일에 AI가 생산했단 표시(워터마킹)를 남겨 음반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은 이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함께 표했다.
이에 허훈 기술책임자는 “워터마킹을 적용했단 사실이 ‘들리지는’ 않지만, 음원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떻게 배포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가 만든 창작물 ‘저작권’ 문제
AI가 제작한 작품이 늘어나지만 관련 저작권 기준은 모호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CNN은 AI가 작곡한 한국 가수 하연의 싱글앨범 'Eyes on You'를 소개했다. 앨범은 AI가 작곡한 뒤 인간 프로듀서가 가사와 후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연 싱글앨범 'Eyes on You'(영상=원더케이 유튜브 채널)
이와 관련해 CNN은 AI와 데이터 분야 전문가인 고환경 변호사와 AI 저작권에 대해 나눈 인터뷰를 전했다.
고환경 변호사는 “AI는 데이터를 연구해 글을 쓰거나 작곡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했다”라며 “AI에게 인간과 같은 법인격을 인정하고 저작권을 부여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AI 개발을 방해하는 과도한 규제가 아닌,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는 규제는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CNN은 SBS가 김광석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하는 것에 대해 유족의 동의를 얻었으며, 목소리 출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SBS는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 일부 업로드 할 예정이지만, AI가 부른 김광석의 노래를 음원으로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사실도 전했다. 슈퍼톤 관계자 역시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곡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라고 말한 사실도 함께 전했다.
AI타임스 장희수 기자 heehee2157@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