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비오 신부와 박관현 열사 가운데 한 분이 홀로그램으로 되살아나 '518 정신'을 전국에 알린다. 1980년 5월 18일 광주광역시. 오월 그날의 소중한 기록들을 내년부터 인공지능(AI)으로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AI를 비롯한 첨단기술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외친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저항정신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은 광주 민주항쟁의 발발과 진압, 그 이후의 진상 규명과 보상 등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4,271권 858,904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기록물은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 5‧18민주화운동기록물, AI‧VR‧AR로 그날의 현장 그대로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최근 디지털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5·18민주화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재 1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5·18기록물 통합 DB 구축, 전시실 현대화 등 디지털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따르면 5·18기록물 통합 DB 사업은 광주형 인공지능-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3차년도에 걸쳐 진행된다. AI 기반 문자인식(OCR) 도입과 빅데이터 구축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향후 기록관을 찾는 시민들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훨씬 체계적이고 다양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전시실 현대화 사업의 경우 AI를 비롯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의 첨단기술이 집약된 전시실로 새롭게 단장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디지털 휴먼' 사업이 눈길을 끈다.
이번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병흠 연구사는 "현재 돌아가신 5·18 당사자 및 관련자 분들 가운데 한 분을 선정해 그분을 홀로그램으로 되살리고 그분과 당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형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 이후 전문업체와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며, 빠르면 올해 11월에는 디지털 휴먼으로 고인이 되신 그리운 분들을 만나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연구사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의 사진이나 기록은 있지만 그 당시 육성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목소리를 얻을 수 있는 분들 가운데 조비오 신부님이나 최근 육성 파일을 기증받은 박관현 열사님, 두 분 중 한 분을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하려고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자료 수집을 시작해 추진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가 AI 디지털 휴먼로 되살아나게 된다면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진실을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향후 디지털 검색대 서비스를 제공해 누구나 손쉽게 5·18기록물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5·18기록물은 많이 수집됐으나,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DB화가 되어 있지 않아 연구자들과 시민들의 궁금증을 온전히 다 해소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검색대가 도입되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자료들을 직접 찾아 열람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기록관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항쟁 마지막 날인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신군부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던 시민군의 최후 결전 당시를 VR 게임 형태로 재현해, 4월 중순부터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지난 3월에는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5·18기록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정용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디지털 산업이 각광 받는 오늘날 우리 기록관에서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5.18민주화운동의 세계화는 디지털 산업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한 바 있다.
◆ “기록을 넘어 문화적 기억으로”…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전시회는?
5·18민주화운동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한 5·18기록물 전국 순회전시가 지난 3월 부산광역시 민주공원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순회전시는 부산을 시작으로 5월에는 서울과 대구, 7월 경기도, 8월 강원도 등 전국 곳곳에서 ‘찾아가는 5·18기록물’과 ‘12개국의 세계인권기록물’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열리게 된다. 이로써 온 국민이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사)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5·18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이해 오는 30일까지 서울특별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기록을 넘어, 문화적 기억으로’ 전시를 진행한다.
올해 하반기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는 5세대 네트워크(5G) 모바일엣지컴퓨팅(MEC)에 기반한 AI 안내·방역 로봇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이 로봇은 방문객 발열 체크는 물론 실내 화재 감시와 방문객 실신 등 각종 위급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실내 측위 라이다(LiDAR)가 장착된 이 로봇은 위급상황 발생 시 로봇에 저장된 음성을 이용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양방향 통신서비스로 현장의 상황을 관리자에게 연락할 수 있다.
또 로봇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5.18기념문화센터의 관람정보를 안내하고 방문객 맞춤형 안내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5.18 기념공원내에는 발열감지 CCTV 등 복합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폴’이 설치돼 방문객의 안전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전시실 현대화 및 디지털화부터 전시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5·18 정신을 잊지 않고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도록 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5·18 40주년 리포트] "전시관으로, 사적지로"…코로나도 막지 못한 '5·18 추모 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