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Quantum) 역학 개념이 어렵다는 것과는 별개로 다수의 양자 기술은 현실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 여러 기술이 상용화됐으며 초기 시장을 형성했다.
양자기술은 양자컴퓨팅, 양자암호화, 양자네트워킹(양자인터넷), 양자센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일부 양자 기술은 말 그대로 '퀀텀점프'(Quantum Jump)해,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퀀텀점프
퀀텀점프는 물리학에서 쓰이는 용어다. 양자 세계에서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단계로 갈 때 갑자기 이동하는 현상이다. 갑작스런 변화라 두 단계 사이에서 양자를 관찰할 수 없다.
이처럼 어떤 일이 연속적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뛰어오르듯이 다음단계로 올라가는 현상에 퀀텀점프라는 말을 사용한다. 경제학에서는 기업이 사업구조나 사업방식 등의 혁신을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경우 퀀텀점프를 사용한다.
미국 IT매체 EE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양자기술의 모든 분야는 이미 오늘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양자센서를 비롯해 상업용 양자컴퓨팅이 신흥 양자기술 시장에 대한 투자의 상당 부분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모든 것이 중요한 방식으로 상호 연관됐다"고 전했다.
EE타임스는 양자컴퓨터 개발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금융서비스와 화학·제약산업에서는 이미 양자컴퓨터가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로 수천명 활용해
2년 전까지만 해도 양자컴퓨터는 실제로 제작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제법 나왔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회의론은 대부분 사라졌다.
전 세계 IT 대기업들이 이미 양자컴퓨팅에 거금을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리바바, 하니웰, 인텔 등은 현재 양자컴퓨터와 부품, 액세스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대기업 외에 투자사들의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EE타임스는 "IBM,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의 참여는 양자컴퓨팅에 신뢰성을 더할 뿐만 아니라 그 명성을 널리 퍼뜨린다"며 "이런 회사들이 이 시장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를 물리학이나 슈퍼컴퓨팅을 다루지 않는 일반 뉴스 매체의 홈페이지에 쉽게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현재 양자 하드웨어를 만들어 최종 사용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일부는 전용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 사용 권한을 판매하고 있다. 수천명의 사용자가 150억원의 가치를 지닌 양자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텔을 비롯한 몇몇 칩 제조 기업들은 상용화될 양자컴퓨터용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어느 정도? 개발은 얼마나 어렵나?
양자컴퓨터는 물체가 측정되기 전에 물체의 양자 상태의 확률을 기초로 계산을 수행한다. 0과 1이라는 결정된 두 가지 상태에 기초해 계산하는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된 '양자컴퓨터'라고 불리는 것들이 아직까지는 기존 컴퓨터보다 크게 나은 개선점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의 슈퍼컴퓨터보다 양자컴퓨터의 능력이 더 낫다는 '양자 우위'가 이론적으로 입증돼, 앞으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등의 애플리케이션에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개발이 쉬운 것은 아니다.
양자컴퓨터의 용량은 기존 컴퓨터와 같은 비트(bit)가 아닌 큐빗(qubit)으로 측정된다. 큐빗은 비트처럼 양적인 증가도 중요하지만 큐빗의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양자 상태의 큐빗은 '양자 분리'되기 쉬운 성질을 지녀 이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오류 발생 가능성이 커, 잦은 오류 수정이 필요하다.
◇ 양자컴퓨터를 도입한 JP모건·골드만삭스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시장은 연구개발과 군대 등의 정부 기관이었다. 이는 기술 개발의 전형적인 수순이다.
그러면 상업적인 영역에서 양자컴퓨터는 어디에 제일 먼저 도입될까?
EE타임스는 양자 기술을 인사이드 관점에서 봤을 때, 은행, 보험사, 투자회사 등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큰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규모 은행들이 이미 잘 구축된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부 주요 은행들은 심지어 조직 전체에 양자 기술 배치를 위해 양자컴퓨팅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EE타임스에 따르면 다수의 중견 은행들이 양자컴퓨터 기술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매체는 앞으로 5년 안에 금융 기업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화학·제약회사, 복잡한 소재 개발에 양자컴퓨터 이용
전문 화학과 제약 산업도 양자컴퓨터의 잠재력이 높은 또 다른 분야다. 이들은 복잡한 소재를 개발하는 산업들이다. 양자컴퓨터는 화학·제약 회사가 시뮬레이션과 최적화를 통해 제품을 더 빨리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신약 개발에서 '시장 출시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약은 기존의 컴퓨터보다 더 빠르고 성능 좋은 양자컴퓨터의 도입이 필수적인 산업이라는 것이다.
EE타임스는 최근 바스프 벤처스가 자파타 컴퓨팅에 투자했으며, 로슈(Roche)와 같은 대규모 제약회사들은 양자컴퓨터가 약물 개발 절차에서 도움이 되는지 시험하기 시작했다며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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