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면서 국내에서 전화진료·처방에 이어 화상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가능해졌다. 그간 원격의료는 의료법 위반과 의료계 반대를 이유로 국내에서 시행하지 못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인과 환자 감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 시 적용되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을 공고했다. 같은 이유로 금년 2월 시작한 전화진료·처방보다 보다 적극적인 원격의료 허용 조치로 보인다. 그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화상진료 플랫폼 서비스에 대해서는 6월 재외국민 대상으로만 일정 기간 허가했다.
감염병 상황에서의 한시적인 결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서 해당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들도 최근 늘어났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 첫 상장기업 제이엘케이는 AI를 적용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시장에서 원격진료 플랫폼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메디히어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원격화상진료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출시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에 대해 6월 25일 산업 융합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임시 허가를 받았다. 레몬헬스케어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12월 4일부터 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 지원에 적용하고 있다.
비트컴퓨터, 포인트닉스, 네오소프트뱅크, 다솜메디케어, 비브로스는 전국 5000개 의원급 의료기관에 비대면 화상진료장비를 공급하는 지원사업에 참여하기로 11월 26일 결정했다.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 메르스부터 시작...화상 허가는 금년 12월이 처음
코로나19 이전에도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 국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다.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에 한해 전화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금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2월부터 전화진료와 처방, 대리처방이 한시적으로 가능해졌다. 6월에는 더 나아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전화뿐만 아니라 화상을 사용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일부 기업과 기관에 허가를 부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6월 25일 제2차 산업융합 규제 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가 각각 신청한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 2건을 임시 허가했다. 재외국민이 온라인 플랫폼에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의료진이 전화 혹은 화상을 통해 의료상담과 진료, 처방전 발급을 할 수 있게 됐다.
해당 허가로 인해 라이프시맨틱스 협력의료기관인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라이프시맨틱스와 4개 병원들은 6월 25일부터 임시허가 기간인 2년 동안 비대면 진료를 진행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화상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진 것은 12월 15일부터다. 복지부는 14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 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을 공시하며 15일부터 해당 내용이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2020년 제4차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른 것이다.
환자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 위기경보가 발령될 경우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사 판단 하에 전화 상담·처방 등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적용 대상은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고자 하는 전국 의료기관이다. 적용 범위는 유·무선 전화, 화상통신을 활용한 상담·처방이다. 진료 질 보장을 위해 문자메시지, 메신저만을 이용한 진료는 불가다.
화상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절차는 7월부터 진행됐다. 지난 7월 3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는 '화상진료장비 지원사업'이 통과됐다. 화상진료 장비에는 웹캠, 스피커, 마이크, 모니터 등이 포함된다. 해당 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 5000곳에 화상진료 장비를 지원하며 20억원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국내 기업들, 자국 시장 진출 가속
의료법 위반과 의료계 반대를 이유로 국내에서는 그간 실현하기 어려웠던 비대면 진료가 일정 기간 가능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던 국내 기업들이 자국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5G,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센서,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 발전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첫 상장 AI 기업인 제이엘케이는 이번 정부 허가로 AI 기술을 접목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헬로헬스를 국내 시장에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헬로헬스에서는 사용자가 업로드한 의료영상에 대해 AI가 자동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AI 분석 결과는 의료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도 이해하기 쉬운 리포트 형태로 앱과 이메일에 전송된다.
의료영상 뷰어 기능을 통해서는 별도 프로그램 없이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자 자신이 업로드한 의료영상을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의사와 단순 커뮤니케이션만 가능하던 기존 비대면 의료 원격 플랫폼과 차별화했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미국에서 원격진료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메디히어는 금년 4월 원격화상진료 어플리케이션을 국내 출시했다. 사용자는 앱에서 영상 통화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 발급과 진료비 결제까지 가능하다. 현재 메디히어는 명지병원, 한양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비대면진료 실용화를 위한 원격 화상진료 플랫폼과 개발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도 2월 정부의 전화진료 허용 시기부터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하고 있다. 먼저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의료법에 어긋나 출시를 미뤘던 전화진료 지원 솔루션 ‘에필케어M’을 무상으로 배포했다. 정부 허용 방침 발표 이후 기존 서비스에 전화 진료 모바일 결제, 처방전 전달 기능을 추가했다.
이후 6월 25일에는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 서비스인 ‘닥터콜’에 대해 임시 허가를 받았다. 닥터콜은 원격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외국민이 해외 현지에서 개인 건강기기로 측정한 혈압, 혈당, 체온 등의 데이터를 닥터콜 앱으로 전송하면 국내 의료인이 이를 모니터링해 근거 기반의 비대면 진료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감기, 만성질환, 정신질환, 부정맥, 암에 대해서도 서비스하고 있다.
레몬헬스케어는 12월 4일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케어하는 생활치료센터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생활치료센터 내 환자와 의료진 간 대면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레몬헬스케어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환자용 모바일 앱 ▲비대면 화상 진료 서비스 ▲환자 모니터링을 위한 의료진용 웹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환자용 모바일 앱 기반 IoT 생체 모니터링을 통해 한정적인 의료 인력으로도 환자 상태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진료할 수 있는 것이 특장점이다.
2000년부터 원격의료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온 비트컴퓨터는 11월 26일부터 전국 5000개 의원에 비대면 진료를 위한 화상진료장비를 제공한다. 비트컴퓨터는 의료정보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지난 2000년부터는 원격의료, 원격진료, 원격건강관리서비스 등 비대면의료서비스에 줄곧 연구개발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의료인 간 원격진료시스템을 비롯해 교정기관, 도서지역, 보건소 및 보건지소 등 916개 기관에서 원격의료 구축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비트컴퓨터가 참여하는 이번 사업에는 포인트닉스, 네오소프트뱅크, 다솜메디케어 등 EMR 회사와 모바일 병원 예약접수 서비스 ‘똑닥’을 운영하는 비브로스도 참여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