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광주광역시는 어떻게 달라질까. 광주시가 ‘AI 중심도시’를 표방해 다양한 AI 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AI는 여전히 낯선, 아직은 좀 더 먼 미래의 풍경이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AI 기술을 체감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현재 국내외에서 개발‧도입 중인 AI 기술들을 바탕으로 'AI 중심도시 광주'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편집자주>
# 출장으로 광주를 찾은 A씨. 광주역에 도착하자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A씨를 반긴다. 물론 진짜 이 시장은 아니다. 바쁜 그를 대신해 딥페이크로 탄생한 이용섭 시장이 시민들에게 광주시의 주요 소식과 정책 현황을 들려준다.
A씨는 이 시장의 환대 속에 광주역을 떠나 회의 장소로 이동했다. 시내 한 복판에 늘어선 빌딩들 벽면에는 시간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AI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 펼쳐져 A씨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업무를 마친 A씨는 밤 거리로 나섰다. 저녁시간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가 깨끗하다. AI 무인 청소차가 골목 구석구석까지 깨끗이 쓸고 닦기 때문이다. A씨가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서자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다가왔다. 이미 행선지를 알고 있는 택시는 A씨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숙소로 데려다 준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각종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도시의 풍경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현재 광주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시민들이 살아가는 도시공간을 문화적·기술적으로 풍성하게 단장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광주폴리(Gwangju Folly)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해왔다. '폴리'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광주폴리는 공공 공간 속에서 장식적 역할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까지 아우르며 도시 재생에 기여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광주폴리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재생을 이끌어내고 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유네스코 창의 도시'이자 'AI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빛의 도시 광주(光州). AI 시대에 광주는 AI 등 첨단기술 발전과 더불어 다채로운 도시 경관을 자랑하는 새로운 모습의 빛고을로 변신할 수 있을까.
◆ 도시 곳곳 빛내는 ‘AI 미디어 파사드’
최근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를 이용해 건물 외벽을 하나의 작은 전시관이나 공연장 등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축물 외벽을 가리키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로 미디어를 활용해 건물의 벽면을 디스플레이 공간으로 활용,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것을 말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도시의 건축물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로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미디어 파사드는 AI 등 첨단 기술과 접목돼 건축과 도시 경관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미디어파사드 축제 ‘서울라이트’가 열렸다. 축제 기간 동안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벽에 미디어 아트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 600만장과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백만 장의 자연경관 등을 AI 머신러닝으로 결합해 탄생시킨 것. 비주얼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이 DDP 외관 곡면을 활용해 봄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해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2021 서울라이트(SEOULIGHT) : 서울해몽 Ⅱ'. (영상=DDP SEOUL).
또 인천광역시는 지난 2019년 인천시청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 공연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인천시는 시청 본관의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인천에 관련된 주제나 홍보 영상을 상영하고, 시청 옆 인천데이터센터(IDC) 빌딩에서는 시민들이 보내온 사연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프랑스의 '리옹 빛 축제'를 비롯해 호주, 중국, 일본, 벨기에 등 세계적인 빛 죽제의 콘텐츠를 벤치마킹했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이용자들의 데이터 수집이나 콘텐츠 선호도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AI를 활용한 능동형 콘텐츠를 송출할 수도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 새로운 미래 도시경관 만드는 'AI 스마트 건축'
스마트시티는 정부가 선정한 8대 핵심 선도사업 가운데 하나다. AI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초지능·초연결·초고속·친환경의 인프라를 구축한 도시가 바로 스마트시티다. 행정부터 방범·방재, 교통, 에너지, 주거, 교육, 의료 등 도시 기능을 효율화하는 ‘똑똑한 도시’인 셈이다.
경기 시흥시는 지난 2018년 7월 국가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연구개발 실증도시’로 선정됐다. 시흥시가 선정된 프로젝트는 오는 2022년까지 총 1159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해 한국형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사업이다.
이에 따라 환경과 에너지, 생활복지 분야 등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를 연구하고 도시에 적용해 검증·개선해나간다는 게 시 측의 설명이다. 시흥시는 정왕동 일원을 IoT 기반 연구개발 기술과 서비스를 실증하는 리빙랩(Living-Lab)으로 조성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검증과 안정화를 마치면 도시 전체에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부산광역시도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에 조성될 ‘스마트빌리지’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의 첫 입주 주거단지다. 스마트시티에 구현될 혁신기술들을 이곳에 우선 적용하겠다는 것. 해당 단지에 입주하는 시민들은 실제 생활하는 공간에서 미래 기술의 실증 서비스를 체험하면서 의견을 낸다. 이를 통해 보완된 기술을 시범도시 전역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스마트빌리지에서는 각 가정의 스마트 홈 서비스와 단지 내 혁신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계해 가정 내·외부의 환경 관리가 가능하다. 각 가정에 설치된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과 개인 스마트밴드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병 가능 질병을 예측해 병원 방문이 필요한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체육센터는 AI 트레이너가 개인별 체형과 체력 등 건강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개인지도를 제공해 시민들의 건강을 챙긴다. 스마트 쓰레기통도 설치돼 각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자동으로 분리해 수거한다.
빗물을 활용하는 친환경 스마트팜에서는 샐러드 채소와 토마토 등 먹거리를 직접 키워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밖에 로봇이 만든 커피를 전달해주는 자율주행 서빙로봇이나 스마트 벤치 서비스 등도 즐길 수 있어, 시민들의 삶의 질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도시 구석구석 싹싹…'AI 환경미화원'이 나선다
국내외에서 자율주행차량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 상용화를 이룬다는 목표 아래 자율주행 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바이두를 비롯해 디디추싱, 징동 등 중국 기업들도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베이징과 상하이, 창사 등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관련 기술을 테스트하고 상용화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22회 중국공업박람회에서는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 청소차량이 주목을 받았다.
이 무인 청소차량은 AI와 자율주행 기술은 물론 집성 레이저, 초음파 레이더 위치 측정 감응신호 장치 등 다양한 기술이 결집돼, 도로 청소에서부터 살수와 쓰레기 수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울러 원격 제어를 통해 이동 속도와 청소작업 노선을 설정·운영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자율주행 청소차를 만드는 중국 시안투지능(仙途智能)은 상하이 순환도로와 고가, 고속도로 등에 대한 무인 청소 시범 운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광주시는 '유네스코 창의 도시'로서 현대 예술과 디지털 기술 결합의 장이 될 미디어아트 센터(AMT 센터)의 문을 열 계획이다. 국비와 시비 각각 145억원씩 총 290억원을 들여 지하 2층과 지상 3층 연면적 9천700여㎡ 규모의 AMT 센터를 연말 안에 광주 남구 천변좌로에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MT 센터는 민주‧인권 등 광주 정신을 표현하는 '디지털아트관'을 비롯해 세계 예술가 등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교류하는 '텔레포트관', 그리고 세계 기록 유산인 5·18 기록물을 AI 기술로 구현하는 '딥 스페이스' 등으로 조성된다. 센터 외벽에는 60억원이 투입돼 국내 최대 규모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될 예정이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최근 AI 실시간 미디어 파사드 매핑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다수의 공연‧전시 콘텐츠 등에 이를 활용, 국가 문화산업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광주시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 중심의 스마트도시를 구현하고 정책 발굴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스마트시티 미래포럼’이 출범했다.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스마트시티포럼은 지난달 26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창립식을 갖고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인간 중심 스마트 도시 구현을 위해 활동에 들어갔다.
이와 더불어 ‘한국판뉴딜 AI 기반 스마트시티 발전 방안’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와 AI 기반 스마트 기술 제품 시연도 이뤄졌다. 임미란 초대회장(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도시, 스마트시티를 통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최첨단 정보화 기술과 함께 인간과 사물이 융합해 살아가야 하는 미래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미래포럼’이 출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시 환경미화를 위한 광주시의 노력도 눈에 띈다. 광주시가 광주 규제자유특구에서 ‘공공 서비스를 위한 무인 저속 특장차 실증’에 나섬에 따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청소차가 광주 거리를 달리게 됐다.
무인 저속 특장차란 저속(시속 5㎞ 이하)으로 자율주행하며 도로 청소 등을 하는 특수 차량을 말한다. 실증 대상 차량은 무인 노면 청소차, 무인 산업단지 폐기물 수거차, 무인 주거단지 폐기물 수거차, 무인 공공정보 수집차다. 이들 차량은 연말까지 광주 평동산단과 수완지구 일대를 주행하며 성능을 시험받는다.
광주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지난 2월 광주시청에서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사업' 실증 착수식을 열고 쓰레기 수거 차량과 도로 청소차량의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번 실증을 통해 새벽 교통사고 등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과 단순반복 업무 해소를 통한 작업 능률 향상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광주시는 광주그린카진흥원에서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 이전 기업 대상 연계 지원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손경종 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광주시는 저속용 자율주행차 산업으로 규제자유특구를 선정해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무인 저속 특장차 분야의 기술사업화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과 후속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게 시 측의 설명이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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