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한다. 스포츠를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고 공동의 감정을 나누어 가진다. 테크놀러지는 이러한 스포츠의 생동감을 더 잘 살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더욱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도구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스포츠 환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다. 또, 잘못된 심판 판정도 줄어들고, 선수 훈련도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스포츠를 더 정교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AI가 있는’ 스포츠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리버풀부터 첼시까지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리드하는 유명 축구팀들이 인공지능(AI) 코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딥마인드와 리버풀은 지난 5월 AI 기반 축구 코칭 시스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첼시는 2019년부터 러프버러대와 협약을 맺고 코칭 AI를 사용 중이다.

스포츠 코칭 AI 시스템은 경기 영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과 공 움직임을 분석해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코치가 직관적 판단 하에 선수에게 지시하는 기존 코칭 방식과 다르게 데이터 기반으로 훈련 방향을 제시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신체 능력 이외 경기 진행에 중요한 의사결정 능력까지 측정해 선수 개인 맞춤형 코칭을 제공한다. 대응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을 즉시 파악해 부상을 예방할 수도 있다. 패널티킥 성공률을 높이는 골 방향, 패스나 태클 실패가 골에 주는 영향과 같은 경기 분석 정보는 향후 전체 팀 전략 수립에 사용 가능하다.

AI 코칭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이유는 기존 스포츠계에서 이미 빅데이터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축구에 데이터 분석론이 처음 도입된 것은 무려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구에 통계학적·수학적 분석 방법론을 적용한 세이버메트릭스는 1971년 처음 등장했다. 농구에서는 2004년부터 APBR매트릭스를 통해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이렇듯 데이터 분석론을 기존에 활용 중이었던 스포츠 분야에서는 모두 AI 적용이 용이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평창올림픽 시기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처음 AI 코칭을 시작했다. 영상촬영 후 인간 코치가 분석하던 기존 방식에 AI를 접목해 선수 개개인에 맞춘 코스 운영 전략을 제시했다. 센서 개발은 LG 전자, AI 분석 방법론 연구는 KAIST 장영재 교수가 담당했다.

AI 스포츠 코칭 서비스에 주력하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등장했다.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 큐엠아이티(QMIT)는 AI 부상 관리 솔루션 플레잉코치로 작년 문체부 우수 스포츠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 수원 삼성과 같은 프로축구단과 대학 축구팀에서 해당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AI 축구 영상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프로일레븐(Bepro11)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U-20 드컵서 준우승한 한국 유소년 선수팀 코칭에 활용됐다. 이외 유럽 5대 빅리그(영국·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축구팀을 포함해 전세계 약 700개 팀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자사 서비스 강점으로 비프로일레븐은 데이터 수집 장비 간소화와 저렴한 가격을 꼽는다.
 

◆2014년 독일 축구대표팀에 적용한 ‘매치 인사이트’부터 시작

스포츠 코칭에 본격 AI를 적용하기 시작한 사례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대표팀을 꼽을 수 있다. 독일팀은 브라질 월드컵 전 자국 IT 기업인 SAP와 함께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라는 AI 기반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해당 SW에서는 선수들의 몸에 부착한 센서로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측정해 AI로 분석했다. 또 2013년 독일-이탈리아 평가전 데이터를 토대로 선수들에게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SAP)
(사진=SAP)

독일 대표팀의 성공사례 이후 AI 코치가 유럽 국가들의 프로축구리그에서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열리는 전 구장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 '프로존'은 이렇게 얻은 자료를 분석해 경기가 끝나는 즉시 각 팀에 제공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리그에서도 데이터 확보에 적극 협조 중이다. 125개 경기장 내 2000여명 선수 움직임을 1m 단위로 기록한다.
 

◆리버풀-딥마인드, 첼시-러프버러대 손잡고 AI 코칭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AI 스포츠 코칭 사례로는 단연 딥마인드와 리버풀의 협업을 들 수 있다. 양 기관은 지난 5월 딥마인드 AI 기술을 리버풀 축구팀 코칭에 사용한 연구논문을 공개했다.

(사진=딥마인드 공식블로그)
(사진=딥마인드 공식블로그)

딥마인드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리버풀이 진행한 모든 프리미어 리그 경기 데이터에 자사 강화학습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다. 인간 코치의 직관과 경험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 교체 타이밍과 교체 선수를 제안하는 식. 전술 변화로 인한 결과나 주요 플레이어가 부상을 입었을 때의 상대팀 플레이 방식도 예측 가능하다.

패널티킥 성공률을 높이는 골 방향 추정에 AI를 사용하기도 했다. 유럽 전역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나온 1만2000개 이상 패널티킥을 분석한 결과, 미드필더보다 스트라이커는 왼쪽 아래 구석을 공략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외 패스 혹은 태클 실패와 같은 특정 행동이 골 성공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딥마인드 연구 결과는 리버풀 선수들에게 특정 상황에서 슈팅 대신 공을 패스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사진=첼시)
(사진=첼시)

첼시는 2019년부터 러프버러대와 협약을 맺고 AI 기반 코칭을 운영 중이다. 스포츠 경기 해설자들이 단순히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를 비판하는 것과 다르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각 선수들의 피로도, 의사결정 능력, 신체 특징 등을 모두 고려해 실제 반영 가능한 코칭을 한다는 것.

여타 AI 코칭 시스템과 같이 먼저 여러 시즌 경기 데이터에서 선수와 공 움직임을 추적, 분석한다. 다른 플레이어 행동과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도록 개별 플레이어 성과를 분석하고, 다른 플레이어 행동에 따른 예상 결과를 시각화한다.

러프버러대 연구진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설가가 플레이어에게 패스하는 대신 드리블을 해야한다고 말한다면, 우리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해당 지점에서 얼마나 피곤했는지와 같은 요소를 고려해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강화학습을 사용하는 딥마인드와 달리 연구팀은 모방학습 방식을 사용한다. AI가 인간 전문가 행동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학습하는 것.

연구진은 “대부분의 현실 시나리오에서는 보드 게임에서의 승리와 같은 특정 보상이 없다. 모방 학습은 전문가가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살펴봄으로써 근본적인 의사 결정 정책을 이해한 다음 전문가를 따라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전문가는 고급 기술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으로 모델링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현실적인 AI 모델을 만드려면 기반 데이터가 가능한 한 현실 세계를 반영해야 한다. 선수들이 서로 공에 대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피곤한지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용 중인 스탯캐스트(사진=유튜브 MLB 캡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용 중인 스탯캐스트(사진=유튜브 MLB 캡처)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농구에서도 AI 기반 코칭이 최근 적용됐다. 뉴욕대 연구팀은 프로야구 스탯캐스트(Statcast) 시스템에 AI를 적용해 MLB 야구 경기 중 모든 선수와 공 움직임을 추적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스탯캐스트 내 150만회 경기 데이터에 딥러닝을 적용해 선수의 세부적인 움직임과 경기 패턴을 파악해 코치의 선수 관리법과 경기 전략 수립에 변화를 줬다. 선수의 대응력이 둔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을 파악해 부상도 예방 가능하다. 농구의 경우 야구에 비해 경기장 크기가 크지 않고 실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데이터 수집이 더욱 용이하다.
 

◆국내 도입은 평창올림픽 스키부터...축구 분야 스타트업 도약

국내에서도 평창올림픽 시기인 2018년을 기점으로 스포츠 분야 AI 코칭 시스템 도입이 시작됐다. 최근 성과로는 국내 스타트업 큐엠아이티와 비프로일레븐의 AI 기반 축구 코칭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사진=큐엠아이티)
(사진=큐엠아이티)

큐엠아이티는 AI 기반 부상 관리 솔루션 앱 플코(플레잉코치)를 프로축구단인 수원 삼성에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문체부 선정 2020 우수 스포츠기업으로 선정됐다.

플코는 수십만개 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부상 부위를 예측한다. 선수들이 훈련 후 앱을 통해 직접 통증 부위를 입력하면 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트레이너에게 전달한다. 트레이너와 주치의가 없을 시 QMIT가 고용한 전문 인력이 피드백을 전달한다. 코치 인력이 부족한 아마추어 스포츠팀에 특히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비프로일레븐 작동 모습(사진=비프로일레븐)
비프로일레븐 작동 모습(사진=비프로일레븐)

축구 영상 분석 AI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은 경기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AI와 정보 공유 플랫폼 기술을 함께 사용한다. 모든 선수 움직임과 경기 상황을 포착, 분석해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한다.

경기장 전체 시점 카메라 3대로 영상을 수집한 후 대상 추적(Object tracking) 기술로 모든 선수 움직임을 포착한다. 슈팅, 패스, 크로스, 태클, 인터셉트와 같은 특정 행위와 더불어 주행거리, 최고속도, 스프린트 횟수 등 이동 데이터까지 모두 수집한다. 해당 데이터를 모두 모아 경기맥락과 전술 분석을 제공한다. AI가 놓치는 부분은 100여명 프리랜서 분석관이 보완한다.

비프로일레븐의 AI 코칭 시스템은 2019년 FIFA U-20 월드컵서 준우승한 한국 유소년 축구팀 코칭에 사용된 바 있다. 이외 유럽 5대 빅리그 주요팀을 포함한 전세계 700여개팀을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다. 소프트뱅크 벤처스는 비프로일레븐에 현재까지 240억원을 투자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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