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국과 캐나다, 북미가 AI 뉴스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 각국 모두 치열하게 인공지능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AI타임스는 [세계 속 AI] 기획연재를 통해 AI선진국의 폭넓은 시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특별취재팀=팀장 권영민, 박혜섭ㆍ정윤아ㆍ박유빈 기자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 첨단기술 활용에 앞장서왔다. 2000년 혼다 모터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나 로봇이 투숙객을 맞이하는 무인 호텔 ‘헨나’ 이름 앞에는 항상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었다. 그러나 이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발로 걸으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동시에 여러 명의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던 아시모는 2018년 개발이 중단됐다.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도우미 로봇 ‘페퍼’도 6년여 만에 생산을 멈추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건설되며 월드 기네스에 등재된 헨나호텔 로봇은 현재 80% 이상 철수된 상태.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경험삼아 일본은 꾸준히 AI 기술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다.
2018년 아시모 개발 중단을 알리며 혼다는 “아시모를 통해 파생된 다양한 기술이 주력 사업에 접목돼 살아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지난 3월, 혼다는 자율주행 레벨3 기능을 탑재한 ‘레전드’ 를 시장에 내놓았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글로벌 업계 최선봉에 나선 것이다.
일본 혼다는 레전드 100대를 3월 5일부터 일본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레전드에 탑재된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은 아시모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과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 아시모가 물체를 이동시키고 스스로 움직이는 알고리즘도 레전드에 응용됐다.
레전드는 고속도로 위 정체 상황 시 운전자를 대신해 시속 50km까지 자동으로 운전해준다. 이 ‘트래픽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 기능은 차량 정체 저속 주행 시 높은 활용도가 기대되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도요타도 올 4월 새 자동 운전 시스템 ‘어드밴스드 드라이브(Advanced Drive)’를 개발, 수소연료 자동차 ‘미라이’와 렉서스LS에 탑재했다. 자율주행 레벨 2에 해당하는 운전지원 시스템으로 혼다 레전드의 레벨 3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드밴스드 드라이브의 또다른 강점은 OTA(Over the Air)에 있다. OTA는 자동 운전에 필요한 제어나 네비게이션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최신 버전을 지원하는 기술.
비슷한 시기에 도요타는 미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의 자율주행 부분을 5억5000만달러(590억엔, 약 6110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우버 테크놀로지 자율주행 분야에 출자, 오로라 이노베이션과 협력 등 자율주행 기술 특화 기업과의 합병·협업을 통해 일본 내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차 개발 외 일본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또다른 산업이 있다면 양자기술이다. 지난해 야노경제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미 일본 양자 컴퓨터 시장규모는 62억엔(약 632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7월 도쿄대를 중심으로 ‘양자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 협의회’를 구성한 후 올해 5월 NTT, 히타치, 후지츠, 도요타를 비롯한 11개 대기업이 참여해 ‘양자기술을 활용한 신산업 창출 협의회’를 발족했다.
고도의 기술개발이 필요한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일본은 이미 관련 특허 수를 선점하고 있다. 도쿄 소재 시장조사업체 밸류닉스에 따르면 도시바와 NEC(일본전기주식회사)는 해당분야에서 각각 104건, 88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일본은 1999년 NEC가 세계 최초로 양자 컴퓨터 기본 소자를 입증한 이후 줄곧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어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030년까지 머신러닝과 양자 정보처리를 융합해 ‘양자 머신러닝’의 기초 원리를 구축할 계획. 인공 신경망을 양자역학적 요소로 실증해 AI의 가능성을 최대치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일본 내 신생기업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DB’가 올 6월에 선정한 AI스타트업 순위다.
프리퍼드 네트웍스(PFN)가 평가액 3560억엔(약 3조6295억원)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PFN은 딥러닝 기술을 제조·교통·교육·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응용하는 기업. 2014년 창립 이래 도요타, 미쓰이, 히타치 등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소프트웨어 기술 제공은 물론 산업용 로봇도 함께 개발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AI반도체 칩 MN-Core 기반 딥러닝 슈퍼컴퓨터 MN3도 보유하고 있다. MN3는 와트당 29.70 Gflops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해 올해 슈퍼컴 전력 효율 기준을 평가하는 Green500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PFN 외 평가액 1000억엔을 돌파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SmartHR(클라우드 기반 인사관리 솔루션 개발기업)을 비롯해 10개 기업이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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