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소했던 영농형 태양광이 시작 된지도 벌써 6년째다. 하지만 아직도 보급 확산이 되지 못하고 50여개 사이트에서 소규모 실증 연구 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다, 크게 3가지 이유에서다. 계통 인프라 부족, 주민수용성, 농지법이다.
이중 가장 큰 원인은 농지법이다. 제20대 국회에서 2018년 9월 정운천 의원의 농지법 일부 개정안을 시작으로 박정 의원, 장병완 의원 등이 농업인의 소득향상 및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업인이 농지에 태양광을 할 수 있는 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농업진흥구역 사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지자체장 및 농민단체 반대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제21대 국회에 들어 위성곤 의원 등이 2021년 3월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꺼져 가던 불씨를 다시 살려내고 있다. 본 법안은 농업진흥구역 밖에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농업인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김창한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사무총장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대에 걸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 법안의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영농형 태양광의 기본 컨셉은 광포화점 이상의 태양광 빛은 작물이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 태양광을 전력생산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또 농지 상부에 설치된 모듈이 만들어 주는 그림자로 인해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한 작물의 일소현상, 태풍으로 인한 낙과 등의 피해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서리·우박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예방 하자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면적에 30% 정도만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데 농지에서 영농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높이를 3m 이상, 가로 세로 기둥을 4~6m 간격으로 설치해 농지에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은 솔라팜 등과 함께 2016년 영농형 태양광 관련 최초 국가과제를 시작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7개 과제를 수행하면서 20개 실증사이트에서 참여업체 및 농업관련 기관 및 대학 등과 함께 벼, 감자, 양파, 마늘, 배추, 깨, 녹차, 사료작물, 배, 포도, 무화과 등을 재배 실증했다.
실증 결과 태양광 모듈이 만드는 그림자의 영향으로 논, 밭 작물은 생산량이 20% 이하로 감소하였으며 과수 작물은 동일한 수준의 당도나 사이즈를 얻기 위해서는 1~2주일 정도 지연 수확을 해야 했다.
100kW의 영농형 태양광을 하기 위해서는 3마지기 600여 평 정도가 필요한데, 3마지기에서 80KG 12가마가 나오던 것이 20%의 수확량 감소라면 10가마 정도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1가마 당 12만원이라고 하면 1년에 24만원의 손해를 입는 셈인데 태양광으로 인한 연소득은 840만원 내외이므로 쌀 두가마니의 35배에 해당하는 추가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600평에서 쌀농사로만 얻을 수 있는 한해 수익이 144만원이라면 영농형을 하며 쌀농사를 지을 경우 쌀농사 120만원과 태양광 840만원 합해 960만원으로 6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농촌에서 농지의 생산성을 이렇게 까지 향상 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비닐하우스이다. 우리나라에 비닐하우스가 처음 시작된 것은 고(故) 박해수씨가 1960년에 김해에서 시작한 것이 최초이다. 오이, 가지, 고추 등을 시험재배에 성공하며 백색혁명으로 불리었다. 50년이 지난 현재 무려 8만3천ha로 우리나라 전체 농지 면적의 5.2%에 달할 정도로 양적, 질적 발전을 이뤘다.
농촌진흥청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딸기를 노지 및 비닐하우스(반촉성)에 재배하였을 때 10a당 순소득은 각각 173만원과 1,054만원으로 비닐하우스 재배가 6배 수익이 높았다.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 쌀재배를 하였을때와 일치하는 숫자이다. 영농형은 농업 수익을 직접 높이지는 않지만 농외 수익을 통해 농지에서 비닐하우스와 똑같이 농업인들의 소득을 증대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농업에 문외한인 사람들 눈에는 비닐하우스야 말로 농촌의 경관을 해지는 장본인이다. 드넓은 황금들판 군데군데 하얀색 비닐 텐트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장관은 아니다. 관리가 안 된 곳은 비닐이 누더기가 되어 바람에 펄럭이고 구조물이 털썩 주저앉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구조물이 녹슬어 농지의 오염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또 비닐하우스에 반사되는 빛 때문에 가끔 운전에 방해가 되곤 한다. 비닐하우스에 사용되는 비닐은 PVC, PE 같은 플라스틱 필름류로 반사율이 10%가 넘는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흉하게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농업인들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은 것은 왜 일까? 그런데 정작 경관, 오염, 반사도 측면에서 비닐하우스 보다 덜한 태양광에 농업인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여부인 것 같다.
“아직 영농형 태양광이 이런 것입니다. 수익이 이렇게 납니다. 이런 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기반이 부족하다. 하지만 비닐하우스도 처음 도입기에는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도 설치할 수 있는 농지법 개정, 얼리어댑터 농업인들의 성공 사례들의 전파, 인허가 절차의 대행 및 간소화, 안정적인 지원 정책들이 기반이 된다면 비닐하우스 같은 성공적인 확산이 가능할 것이다.
농업인들이 알아야 할 것은 지금 살고 있는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의 시대’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인센티브를 주면서 하는 보급 확산이 마무리 된 국가가 많고 아직 남아 있는 나라들이 있는데 다행이 현재 우리나라는 인센티브 제도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2020년 기준 태양광 누적 보급 용량 전세계 1위는 253.4GW로 중국이고, 일본도 71.4GW 세계 3위이다. 우리나라는 15.9GW로 9위이다. 중국과 일본은 태양광 뿐만이 아니라 영농형 태양광 보급 선진국이다. 영농형 태양광의 결이 다르긴 하나 중국 같은 경우는 태양광 발전소 부지의 남은 공간에 농사를 지어 농촌을 살찌우게 했다.
인구밀도가 높고 땅이 비좁은 일본은 2006년부터 영농형 태양광을 시작해 벌써 4,000개소가 넘게 보급이 됐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이미 태양광 보급의 인센티브 제도가 사라진지 오래이다. 즉 국가의 누적 설치 용량이 늘어날수록 국가에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더라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RE 3020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태양광을 34GW, 최근 선언한 2050 탄소중립선언 지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125GW를 새로 지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최소 2GW에서 최대13GW의 태양광을 매년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보급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고 농업인만 가져갈 수 있는 한국형 FIT라는 인센티브 제도도 아직 살아 있다. 영농형 태양광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누적용량이 일정 수준이 된다면 지원제도는 살아질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태양광 사업은 거대 자본을 가진 사업자들이 사업 수익을 독식했다. 또 수익이 농외로 빠져나가는 농촌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농촌이 근간인 농업인들이 사업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다. 만약 농업인들이 비닐하우스를 도시 주거지 인근에 짓는다 해보자. 그리고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전부 농촌으로 가져가 버린다고 해보자.
그런다고 하면 도시민들은 농업인들이 태양광 발전소를 반대하는 것보다 비닐하우스를 더욱 반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농촌에 설치된 태양광을 도시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 빗대어 보면 이해가 잘 된다. 정말 나에게 도움 하나 되지 않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다.
태양광 사업에서 소외된 농업인들의 수용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반대하는 단체들을 만나보면 “공공 재화적 성격이 강한 빛에너지의 주권과 권리를 찾겠다”라며 에너지 독립 운동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사업초기 소수 사업자들에 의한 수익 독식체제를 거쳐 현재는 일부 수익을 지역민에게 공유하는 모델을 지나가고 있고 결국엔 발전수익 100%가 오롯이 지역민들에게 돌아가는 체제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며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역민이 참여하고 정보 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우리나라는 영농형 태양광 모델 보급 세계 1위가 될 것이다. 누적 설치용량 보다 보급해야 할 양이 현재 많아 인센티브 제도가 살아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의 보급 비중이 낮고 보급 속도도 줄고 있고, 유럽도 연구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우리는 가능성과 전망이 밝다,
이 뿐만 아니다. 정부에서는 그 동안 태양광 사업에 소외되었던 농업인을 적극 지원하려 하고 있고,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점을 고려해 산지 태양광은 정책적으로 막고 있다. 중국과 달리 땅이 좁아 농지의 상부 공간까지 활용할 명분이 충분하고, 농지의 원래 기능은 유지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가장 친환경적인 전기이기 때문이다.
말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말에 충분히 탈 수 있다. 말에 타는 방법도 관련 협회, 기관, 정부에서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믿고 타자. 우리도 농업인이 태양광으로 연금 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몇 십 년 후 영농형 태양광이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같이 농촌의 한 풍경이 된다고 하면 가능한 일이다. 영농형 태양광, 농촌 풍요롭게 하는 비닐하우스로 삼자!
임철현 녹색에너지연구원 태양에너지연구실장 chlim@ge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