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한 백신특구로 선정된 전남 화순에서 4일 국제백신포럼이 개최됐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된 이후 다섯 번째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한국 백신의 위상’이라는 주제로 이틀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해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체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검사를 도입하고 백신을 공급한 한국의 모범사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는 학술행사다.
개막일인 4일 오후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구충곤 화순군수, 신정훈 국회의원, 이강호 백신글로벌허브화추진단장, 이준행 포럼 추진위원장 등 1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또 온라인으로 제롬 김(Jerome Kim)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내외 백신 석학과 연구기관장, 기업·의료계·학계 관계자도 함께 자리했다.
이번 개막행사는 전남도 대표 유튜브 채널인 ‘으뜸전남튜브’와 줌(ZOOM)으로 동시 생중계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플랫폼을 이용해 자리한 온라인 일반 참석자 수는 약 500명 이상이다.
김영록 지사는 환영사에서 “올해 5회째를 맞은 화순국제백신포럼은 그동안 국내외 백신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세계 백신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백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화순백신산업특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고 세계적 치료백신 대규모 생산단지를 조성해 전남을 글로벌 바이오 메디컬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화순백신산업특구는 지난 2010년 백신특구로 지정된 이래 백신과 생물의약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세계에서 12번째로 독감백신을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국회의원은 “화순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백신허브 중심으로 자리 잡으려면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에 대한 2단계 지원이 절실하다”며 그 한 예로 ‘AI 기반 첨단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을 들었다.
이날 전남도와 화순군은 치료백신과 면역치료제 개발에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유망 바이오제약기업 6곳과 227억 원 상당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투자기업은 ▲줄기세포 의료기기 제조기업 ㈜미라셀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 부문 최우수 벤처기업으로 선정된 바이오의약품(엑소좀) 치료제 개발 기업 ㈜브렉소젠 ▲코로나19 변이 백신을 포함한 각종 백신 개발 기업 ㈜진매트릭스 ▲분자진단·유전체 분석 기업 ㈜코사이언스 ▲2012년부터 9년 연속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전문의약품 제조업체 ㈜비씨월드제약 ▲항암제 개발 기업 ㈜바이오웨이다.
협약에 따라 기업들은 전남도·화순군과 협력해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화순백신산업특구에 생산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90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되며 앞으로 전남의 미래 성장 동력인 백신산업의 집중 육성과 화순백신산업특구의 글로벌 백신 허브 도약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업무협약식 이후에는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 플래너리 세션이 이어졌다. 플래너리 세션이란 포럼의 전체 주제를 되짚어보는 내용의 발표를 뜻한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배운 글로벌 백신에 대한 교훈’이라는 주제로 팬데믹 발발 이후 또다른 빈부격차가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10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65억 도즈의 백신이 생산돼 접종됐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 접종대상 인구 50%에게 최소 한 번씩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김 총장에 따르면 그러나 “저소득 국가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접종률도 3%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백신을 정확하고 보편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시스템 강화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며 “지구상 모든 인구가 대유행병에 노출돼있는 만큼 이를 피할 수 있는 백신 수급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세션의 첫 발표자인 한이 김(Hani Kim) 라이트펀드 대표도 ‘건강평등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비슷한 주제를 들고 나왔다. 라이트펀드는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이 공동출자한 민관협력 비영리 재단으로 글로벌 헬스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지난해 7월 AI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 기술 개발업체 뷰노가 ‘신종 및 풍토성 감염병 연구개발 지원 과제’에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한이 김 대표는 주제발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 헬스케어 연구개발(R&D) 진행방식이 얼마만큼 심각한 한계를 보이는지 잘 나타냈다”며 “기술 노하우와 자원이 고소득 국가에만 집중돼 있어 보건 관련 R&D 역량이 매우 불평등하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국제기관과 주요 7개 선진국(G7)이 보건 관련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공평하고 보편적인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코로나19 장기예측에 따른 안전한 일상회복방안’이라는 주제로 단계적 일상회복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안전한 일상회복을 위한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이다. 정 교수는 “현재 연구결과를 보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내년 8월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계 사이마다 최소 5주간의 시간을 확보해 완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백신포럼 2일차인 오는 5일에는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백신 프론티어’를 주제로 국제백신학회(ISV) 국제학술대회가 온라인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