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안구건조증. 국내 연구진이 최근 안구건조증 진단을 위해 인공지능(AI)으로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Meibom)샘'의 영상을 정확하게 판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팀과 가톨릭대학교 의대 안과(여의도 성모병원) 황호식 교수가 적외선으로 촬영한 마이봄샘 영상을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정량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
스마트폰과 PC 등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안구건조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호흡하면 숨결이 눈 쪽으로 올라오면서 눈물이 증발해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흔히 눈이 침침하고 시리거나 뻑뻑함과 이물감을 느끼는 등 안구건조증 증상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될 경우 각막 손막에 따른 시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안구건조증은 크게 눈물 생성이 잘 되지 않는 '수분부족형 안구건조증'과 기름층 생성 부족으로 인한 '과다증발형 안구건조증'으로 나뉜다. 특히 눈물의 과다증발은 안구건조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과다증발형 안구건조증은 마이봄샘의 소실이나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은 일종의 피지샘으로 안구 표면에 기름을 분비해 눈물막의 지질층을 형성한다. 이 지질층이 눈물의 증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마이봄샘이 막히거나 소실돼 기름이 분비되지 않으면 지질층이 얇아지면서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게 된다. [마이봄(Meibom)이라는 명칭은 17세기 독일의 의학자인 하인리히 마이봄(Heinrich Meibom)에서 유래됐다.]
따라서 마이봄샘을 촬영해 소실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안구건조증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진단법의 경우 임상의가 환자의 마이봄샘 소실 정도(meiboscore)를 주관적으로 판독해 정확성과 재현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 병원에서 촬영한 환자들의 마이봄샘 사진과 새로 개발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의사의 진단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판독 결과를 도출했다.
먼저 연구팀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촬영한 1,000장의 마이봄샘 사진에 눈꺼풀 영역과 마이봄샘 영역을 표기했다. 이후 두 명의 안구건조증 전문의가 마이봄샘 소실 점수를 매겼다. 이 중 임의로 선택된 800장을 지스트에서 개발한 딥러닝 모델이 학습하도록 했다. 나머지 200장의 마이봄샘 영상을 판독한 결과 임상의들의 판독 결과보다 더 일관되고 정확한 결과를 나타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딥러닝 모델 판독과 전문의 판독은 각각 73.01%와 53.44%로, 딥러닝 모델이 마이봄샘 소실 정도의 검증에서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이렇게 훈련시킨 딥러닝 모델을 재현성 검증을 위해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촬영한 600장의 마이봄샘 영상에 적용했더니 여전히 AI가 임상전문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판독 결과를 도출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성과를 통해 마이봄샘 영상을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판독할 때 마이봄샘 소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입증해낸 셈이다.
이번 연구는 정의헌 지스트 교수(교신저자)와 황호식 가톨릭 의대 교수(교신저자)의 주도 하에 지스트 연구원(GRI)과 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관련 논문은 안과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Ocular Surface')에 최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새로운 AI 기술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이번 연구의 모든 자료와 분석 데이터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정의헌 지스트 교수는 "안구건조증의 주요 원인인 마이봄샘 기능 이상의 원인을 AI로 판독하는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신속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판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임상에서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전향적 연구와 첨단 의료기기로서의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여의도 성모병원 황호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마이봄샘 사진을 촬영하는 상용장비의 데이터를 이용해 딥러닝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손쉽게 의료기기에 적용해 안구건조증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