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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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의 연구개발 역량이 기업으로 몰리면서 공익적인 AI 기술개발이 갈수록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챗GPT 등 생성 AI 기술과 응용 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AI 기업에 힘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 개인이나 기업이 자원과 지식을 통제하는 데 따라, AI 기술이 결국 상업적으로만 개발될 가능성에 대해 연구자나 정책 입안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수 대기업으로 AI 연구개발 역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산업적 포획(Industrial Capure)’라고 부르고 있다. 이 개념은 지난 2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연구원들이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AI 연구에서 증가하는 산업의 영향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비롯됐다.

논문은 산업(기업)이 현대 AI 연구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인 컴퓨팅 파워, 대형 데이터셋, 고도로 숙련된 연구원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줬다. AI를 공부한 박사가 기업에 취업한 비율은 2004년 21%에서 2020년엔 약 70%로 높아졌다. 기업에 고용된 AI 전공 교수도 2006년 이후 지금까지 8배가 증가했다. 

누르 아흐메드 논문 저자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많은 연구자들이 산업과 경쟁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연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GPT-4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은 학자들이 구축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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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대규모 기술 회사만 접근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및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흐메드는 가장 큰 AI 모델의 기업 점유율이 2010년 11%에서 2021년 96%로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또 AI 기술에 대한 공공 투자와 민간 투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2021년 국방 분야를 제외한 미국 정부 기관은 AI에 15억달러(약 1조9500억원)를 할당했고, EU 집행위원회는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지출할 계획이었다. 반면 민간 부문은 2021년 AI에 3400억달러(약 44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처럼 AI 연구개발 역량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쏠리는 데 따라, AI 기술이나 응용 프로그램은 갈수록 상업적인 방향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알렉스 한나 분산 AI 연구소 책임자는 “생물 다양성 보장이나 기후 과학, 농업과 같은 기초 분야에서 AI를 개발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흐메드는 정부가 나서 연구자들이 실험을 할 수 있는 학계만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안도 결국 민간 클라우드 회사의 지배력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FT는 설명했다. 

다만 연구자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모두 이 문제에 눈을 감을 수는 없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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