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해 키, 몸무게, 나이, 결혼여부 등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용자가 직접 공개하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개인 데이터를 추측할 수 있어, 개인 정보 침해의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UC버클리대학교 연구진이 VR 헤드셋을 작동하기 위해 수집하는 사용자의 눈과 손 움직임과 같은 데이터를 AI 모델로 분석, 연령과 성별, 민족, 국가 등의 개인 정보를 추측할 수 있다고 발표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AI 모델은 가상 목표물에 손이 얼마나 빨리 도달했는지에 따라 나이를 추측할 수 있다. 반응 시간이 빠를수록 시력이 좋고 나이가 젊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수집한 학습, 소득 수준, 장애 상태, 건강 상태, 정치적 선호도까지 추측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실제 이 방법으로 지난 2월 진행한 연구에서 5만명 이상의 VR 사용자를 94%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었고, 6월에 진행한 두번째 연구에서는 특정 VR 게임을 플레이하는 1000명의 데이터를 사용해 키, 몸무게, 발 크기 및 국가를 80% 이상의 정확도로 알아냈다. 결혼 여부, 고용 상태, 민족과 같은 개인 정보도 70% 이상의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두차례 연구에서 메타의 '퀘스트2', 밸브 '인덱스', HTC '바이브', 삼성 '윈도 MR' 등의 VR 헤드셋을 사용했다. 

제이 스탠리 미국시민자유연맹 수석 정책 분석가는 “VR 헤드셋은 사용자의 시선, 몸짓 언어, 신체 비율, 표정 등 기존 웹사이트나 앱에서는 얻을 수 없는 데이터를 포착한다”며 "이는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얼굴 이미지와 같은 생체 데이터는 변경할 수 없고 특정 개인을 쉽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민감하다는 지적이다.

또 VR 헤드셋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낮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비벡 나이르 UC버클리 수석연구원은 “VR 헤드셋은 특히 최신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와 규제 기관이 미처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탠리 분석가는 “지식 격차가 너무 크고 기술이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소비자에 자신을 방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타는 2021년부터 VR 헤드셋에서 제한된 광고를 실행하고 있으며, 장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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