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중국 화웨이가 자체 칩 생산을 위해 '비밀 공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관련 제품을 공급받으려는 의도로, 특히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비밀리에 최소 2개 공장을 인수했으며 3개 이상의 공장을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개발에 사용하는 첨단 칩 제조에 뛰어들었으며, 중국 정부와 선전시 등으로부터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지원받았다. SIA의 내부 보고서는 다른 회사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는 5개의 칩 공장이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 주변에 위치해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 미국 상무부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미국 기업과 거래가 대부분 막혔다. 지난해 10월 중국 수출 금지 조치 때도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추기 위해 장비 등을 수입하려면 다른 회사의 이름을 빌릴 수밖에 없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이에 대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 있다. SIA는 중국에서 2030년까지 1000억달러(약 133조원) 이상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이 최소 23곳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 서적을 집필한 크리스 밀러는 "중국은 전 세계를 모두 합친 만큼의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다"며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전했다.
이번 화웨이 한곳에 지원한 300억달러 역시 미국 정부가 국내외 칩 제조사에 지급할 전체 보조금(527억달러)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다.
화웨이 차명 회사로 알려진 중국 기업은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해 맹렬한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미국도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한편 중국의 이런 노력이 당장은 미국을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과거 인텔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진 삼성전자나 TSMC가, 이전 세대의 기술을 기반으로 수십년간 노력, 결국 첨단 반도체 부분으로 진입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