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들이 미국의 대중 투자 규제를 앞두고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의 GPU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새로운 수출 규제를 도입하기에 전에 앞다퉈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바이두와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들이 올해 엔비디아의 'A800' GPU를 약 10만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내년에도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의 A800 칩을 구매하는 계약을 엔비디아와 이미 체결했다고 전했다.
A800 GPU는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A100'보다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GPU 칩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A800 확보에 나선 것은 지난 6월 미국 정부가 조만간 A800 수출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퍼지면서부터다.
GPU 없이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GPU는 AI 가동을 위해 필수다. 엔비디아는 이 시장을 90% 가량 점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두 관계자는 "GPU 없이 그 어떤 대형언어모델(LLM) 훈련도 진행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자체적인 칩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GPU를 대체할 만한 제품은 등장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중국산 LLM 개발이 전반적으로 뒤쳐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A800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 엔비디아 칩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 간 경쟁으로 인해 A800 가격이 50% 이상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탈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