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두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엔비디아에서 자국 기업 화웨이 제품으로 대체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에 따라 첨단 반도체 국산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바이두가 화웨이로부터 AI 칩을 공급받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두는 화웨이로부터 서버 200대용 '910B 어센드(Ascend)' AI칩 1600개를 주문했다. 화웨이는 이중 1000개는 10월말에 이미 납품했으며, 올해 안에 나머지 납품을 완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 규모는 약 4억5000만위안(약 810억원)이다.
910B 어센드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A100를 겨냥해 만든 제품이다. A100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중국 제품 중에서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식통은 "바이두는 더 이상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화웨이의 어센드칩을 대량 구매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올초 AI 챗봇 '어니'를 공개하는 등 AI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두도 그간 A100 등 엔비디아 제품을 이용해 AI를 개발했지만, 지난해 미국은 A100과 H100 등 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달엔 이보다 성능이 낮은 H800과 A800까지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바이두가 910B 어센드를 구매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자국 반도체 발전을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바이두의 이번 주문 규모는 기존에 엔비디아에 주문하던 수천개 분량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도체 의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바이두는 텐센트, 알리바바와 함께 엔비디아의 오랜 고객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의 수출금지 정책이 중국 반도체 기술 발전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바이두도 이전까지는 화웨이 반도체를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아울러 바이두의 주문은 화웨이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화웨이는 지난 8월 말 미국의 제재를 뚫고 7나노 공정 프로세서를 내장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선보여 미국을 놀라게 했다. 실제로 화웨이의 기술 발전 속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미국의 규제로 화웨이만 이득을 챙긴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로이터는 "미국의 규제로 화웨이가 70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생겼다"라고 전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