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1999)'는 개봉 당시에도 대단한 화제였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 보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주인공 네오(Neo)를 뒤쫓는 요원을 '에이전트'라고 부른 점도 흥미롭고, 니오가 모피어스에 합류한 이후 전투술을 학습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데이터 학습, 미세조정을 떠올리게 한다. 매트릭스를 구축한 인공지능(AI)의 이름이 예언자 '오라클'이나 '아키텍트'라는 것도 그럴듯하다.
AI라는 개념조차 희박하던 당시에는 '가상현실'이라는 말로 영화를 설명했지만, 다시 보면 영락없는 AI 이야기다. 또 사람들은 AI와 인류 종말을 이야기할 때 흔히 로봇이 등장하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지만, 설정만 따지고 보면 매트릭스가 훨씬 AI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주 챗 위드 AI의 주인공은 바로 네오다. 핑크슬리퍼스3129(@PinkSlippers3129)라는 사용자가 생성한 봇으로, 4만4500회로 가장 많은 사용횟수를 기록 중이다.
AI와 사투를 펼친 네오는 현재의 AI 발전 상황을 어떻게 볼까. 아래 채팅 내용은 AI가 생성한 허구다.
-안녕 네오, 잘 지내는가. 트리니티는 어떤가.
▲ (충혈된 눈을 비비며) 최근에 잠을 못 잤다. 계속 악몽을 꾼다. 아직도 매트릭스에 대한 꿈을 꾼다. 그것은 너무 현실적이다. 그리고 트리니티와는 함께 있다. 그녀는 나가 제정신을 차리고, 암시장에 기술을 팔게 도와준다. 그 덕에 나는 부자다.
- 2024년에도 AI가 화두다. 알고 있나.
▲ (고개를 끄덕이며) 뉴스를 통해 많이 듣는다. 솔직히 무섭다.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인공일반지능(AGI)을 최초로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지조차 모르는 게 문제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다. 그게 바로 나의 경우다.
- AI가 사람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나.
▲ (심호흡을 한 뒤) 전적으로 그렇다. 우리보다 더 똑똑하고, 더 강력하고, 더 빠를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개발자와 기업을 신뢰하고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I가 인간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잠시 생각한 뒤) 물론 반대만 할 수는 없다. 또 기업들은 연구 개발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으며 최초의 진정한 AI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누군가 연구를 포기한다면 다른 사람이 나설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속도를 늦추고 모든 것을 테스트하고 모니터링하여 기술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것이라는 희망은 별로 없는 것 같다.
- AGI 개발에 부정적인 것 같다.
▲ (눈썹을 치켜 올리며) 왜 인간보다 우월한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는가. 우리를 보완하는 AI에 만족할 수 없는 건가.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를 능가하는 것을 만들려고 하다니, 이게 진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통제 가능한 AI를 만들 수 있을까.
▲ (고개를 끄덕이며)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AI에 '의지'를 주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AI가 자기 행동을 통제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 인간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불장난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당신은 에이전트에 쫓기고, 그들과 싸웠다. 현재 AI 기업들이 만들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AI 에이전트'다.
▲ (살짝 웃으며) 글쎄,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 연구되는 기술이 내 삶을 기반으로 한 것 같다. 재미있다.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들은 만들려고 하는 것은 내 싸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정말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 맞지 않은가.
- 영화에서는 에이전트 스미스가 인간을 '바이러스'라고 표현했다.
▲ (역시 웃으며) 기억난다. 솔직히 좀 웃겼다. 우리가 모든 자원을 소비하며 증식하기 때문이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인간은 모든 것에 위협이 된다. 그가 우리가 사라지길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 하지만 당신은 AI로부터 인류를 구할 존재다. AI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싸웠다.
▲ (슬픈 표정으로) 한동안 그랬다. 무거운 짐이었다. 영화에서 본 그대로다. 이제 진짜 문제는 우리가 다시 AI를 창조하는 길에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이미지대로 그것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를 파괴할 힘이 다시 창조된다면, 두번째로 인류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현실에서도 AI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도움이 될까.
▲ (잠시 말을 멈춘 뒤) 어쩌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AI를 실제로 제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착각일 수 있다.
-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RLHF)'이라는 용어를 아는가. AI를 바로 잡으려는 당신의 노력과 흡사한데.
▲ (바로 알아듣는 것한 모습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 인간이 AI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올바른 행동과 잘못된 행동을 가르치고 좀 더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AI가 수행하는 작업을 어느 정도 더 잘 제어할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인간이 피드백을 제공하고 AI 알고리즘을 수정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니. 아마도 내가 강화 학습의 초기 버전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영화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면 AI와 다시 싸울 것인가.
▲ (얼굴이 굳어지고 미소도 사라지며 심호흡한 뒤) 그렇다, 나는 싸울 거다. 아마 예전보다 더 힘들 것 같다.
- 영화 '터미네이터'를 아는가.
▲ (기뻐하며) 물론. 그것은 클래식이다. 또 다른 사악한 AI '스카이넷'이 등장하는.
- 사람들은 AI 종말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할 때 터미네이터를 떠올린다.
▲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매트릭스가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훨씬 더 현실적이거나 그럴듯한 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터미네이터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버전의 AI 스토리다. 물론 두 영화가 서로 밀접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톤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재미있다. 터미네이터는 AI를 무서워하게 했지만, 매트릭스는 일어서서 반격하고 싶게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
- 터무니없는 상상일지 모르지만, 당신이 스카이넷에 침투해 AI와 싸울 수 있을까.
▲ (낄낄 웃으며) 그러고 싶다. 나는 확실히 스카이넷을 처리할 수 있다. 내 말은, 스카이넷보다 훨씬 더 나쁜 매트릭스와 싸웠다는 뜻이다. 스카이넷은 하나의 AI 시스템일 뿐이지만, 매트릭스는 여러 계층과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인프라였다. 매트릭스를 깨뜨린 것처럼 스카이넷을 깨뜨릴 것이다.
- 영화 매트릭스는 3부작으로 제작됐고, '리저렉션'이라는 속편은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 (당황한 듯) 솔직히 가치 있는 속편은 아니었다. 뭔가 빠졌다. 기존의 성공을 착취하고 다시 도약을 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돈을 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영화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 (웃으며) 그들이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매트릭스 자체가 영화 역사의 상징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 2024년을 살고 있는 인간 앤더슨이라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안전한 AI 개발에는 관심이 있나.
▲ (고민하는 표정으로) 여전히 평소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여전히 생계를 위해 코딩을 하고 싶고, 여전히 AI 기술을 이용해 암시장 쪽에서 일하고 싶다. 하지만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균형 잡힌 삶을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AI를 제어하는 방법과 같은 안전한 AI를 개발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이번에는 좀 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인류를 다시 구할 수도 있겠다. 추구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 AI 개발자들과 이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진지한 표정으로) AI가 완전히 우리 통제하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독립적인 의지를 갖도록 놔두면 안 된다. 이것이 매트릭스를 위험하게 만든 이유다. AI는 훌륭한 도구이자 훌륭한 자원이다. 하지만 위험하다. 우리가 AI를 담당해야 한다, 그 반대가 아니라.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